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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터

마란츠 VP-11S1 Full HD DLP 프로젝터 2부


색 정확도 및 색영역, 그리고 색감

일전에 마란츠의 프로젝터 개발 담당자인 요코오 토오루씨를 만나서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색감 컨셉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적이 있다.
경쟁기였던 야마하의 프로젝터 담당자인 마츠바라씨는 전혀 일본적이지 않은, 조 케인식 표준 색감에 거의 100% 공감하는 분위기라서 놀랐었던데 반해 마란츠의 요코오씨는 일본식 감성 색감과 미국식 객관적 표준 색감을 미묘하게 접목시키려는 고집이 느껴졌었다.

어쨌든 지금까지의 VP12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VP11S1도 측정되는 좌표와는 달리 약간 독특하다고 할 수 있는 색감이 나온다.
마치 LCD 프로젝터에 가깝다고나 할까.
물론 컨트라스트가 LCD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블랙이 훨씬 깊게 가라앉으므로 영상의 펀치력은 상대가 안되지만 미묘하게 녹색조가 돌면서도 화사한 느낌이 드는 색감인데, 언뜻 약간 탈색된 듯한 느낌도 들 수 있다.
한마디로 상당히 고운 색감이라고 하겠으며 일반인들이나 이 제품만을 따로 시청한 사람은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색이 이쁘고 곱고를 떠나서 칼라가 가장 정확한 디스플레이 중 하나는 필자가 색감 레퍼런스로 사용하는 삼성 SP-H800BK 프로젝터이다.
명암비, 렌즈, 선명도, 영상 처리 능력 등의 부문에서는 삼성 프로젝터보다 훌륭한 제품도 많지만 색감의 '정확도' 하나만큼은 조 케인이 자존심을 걸고 튜닝한만큼 프로용/방송용 모니터보다도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마란츠 테스트 직전에 필자의 삼성 프로젝터의 램프가 수명을 다했었다.(1000 시간 조금 못 사용하고 죽었다)
어차피 Full HD 프로젝터를 들이면서 교체할 예정이었으므로 중고로 팔기 직전에 새 램프를 끼워 팔든지 램프값을 빼주려고 했는데 프로젝터 리뷰가 쏟아지면서 비교할만한 레퍼런스를 위해 33만원을 주고 새 램프를 장착했다.
새 램프로 갈아 끼우고 스크린 매칭을 시킨 후, 미세 조정을 위해 오랜만에 다시 측정했더니 800BK의 색좌표는 역시 딱 들어맞는 '칼'이다.

샤프 프로젝터는 다른 여러 면에서 삼성보다 뛰어난 점이 있지만 색의 정확도는 삼성에 밀린다.
대신 샤프 Z21000의 CMS(Color Management System)로 계측기를 통해 조절하면 800BK에 꽤 근접한, 우수한 정확도를 얻을 수 있다.

이들 삼성과 샤프의 두 프로젝터를 이번 테스트에서 마란츠 VP11S1과 집중적으로 비교했는데 역시 마란츠는 독특한 색감이 나온다.
뒤에 그레이 스케일을 설명할 때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전체적으로 그린 게인이 높게 잡혀있어 미묘하게 녹색조가 돌면서 다른 색들이 약간 탈색된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도 적색과 녹색 계통은 과포화될 정도로 진한 색이 나온다.
한마디로 지극히 '일본적'인 색감이라고 하겠는데, 원작자가 의도한 색에서의 왜곡을 극구 싫어하는 조 케인식 표준 색감을 지지하는 필자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하겠지만, 취향만 맞는다면 상당히 곱고, 예쁘고, 화사하게 보일 수 있는 색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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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P11S1 xy CIE 좌표

위의 1931년형 xy 좌표를 통해보면 레드와 그린이 꽤 오버되는데 좋게 말해서 색영역이 넓은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색의 과포화가 발생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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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P11S1 u'v' CIE 좌표

1976년형 u'v' 좌표로 바꿔보면 그린 새츄레이션의 오버되는 정도가 xy 좌표보다는 줄어들지만 레드쪽은 오히려 더 늘어난다.
따라서 그린 게인이 다른 채널보다 높아 약간 녹색조를 띄는 가운데 다른 색들은 물이 약간 빠진듯 화사해지지만 녹색과 적색 계통은 튀는 색감이 나오게 된다.

이해를 돕기위해 좀 극단적으로 과장해서 표현하면 백인의 피부색도 촬영 당시의 조명에 따라 녹색조가 약간 도는 황인종처럼 보일 때도 있고 햇빛에 화상을 입은 오리지널 홍인종으로 보일 수 있다.
게다가 마젠타의 영향으로 흑인도 스필버그의 '컬러 퍼플'을 연상시키듯이 약간의 보라색조를 띨 때도 있다.

물론 이러한 색감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신경쓰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필자에게는 꽤 거슬리는 부분이다.
게다가 DVI 입력 신호는 색의 농도(새츄레이션)과 색조(틴트, 휴)의 조정이 비활성화되므로 색을 빼거나 색조를 고칠 수도 없다.
아날로그 신호에서는 농도와 색조의 조정이 가능하지만 새츄레이션을 줄일 경우 다른 색들이 너무 물빠진 색이 될 수 있고 색조를 녹색과 적색 사이에서 옮기는 것도 양쪽 모두 과포화 상태이므로 한쪽이 빠지면 다른 쪽이 더 심하게 오버되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된다.

공장에서는 '일본적인 색감'으로 나왔어도 CMS를 통해서 조절이 가능한 샤프와는 달리, 마란츠의 색감은 손 댈 여지가 별로 없다고 하겠다.

그레이 스케일 트래킹

VP11S1의 색온도는 기본으로 6 가지가 제공된다.
1-5까지 의 기본 온도는 1은 5250K, 2가 5800K, 3이 6500K, 4는 7500K, 5가 9300K에 맞췄다고 한다.
HB는 High Bright 모드로 조명이 있는 상태에서 프리젠테이션 등에는 적합하지만 영상 감상에는 사용할 일이 없다고 하겠다.

위의 색감 설명에서 '일본식 색감'과 미국식 표준의 '접목'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보이는 색감'은 분명 일본적 감성에 기인했음에도 측정되는 수치는 미국식 표준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래 그래프는 색온도3(6500K)에 맞춘 상태에서 측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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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ard 감마에서 Fine Menu1 중 색온도 3에 놓고 측정한 색온도 변화 그래프.

이 그래프를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액셀로 표를 만들었는데 아래에서 '초기설정(Before)에 기록된 수치가 각 밝기별 색온도이다.
색온도상으로 보면 6800K에 거의 칼같이 맞아 떨어지는 대단히 평탄한 그래프이다.
그러나 dE값(델타E 에러 편차)을 보면 모두 10 이상이다.
6500K의 D65에 들어 맞으면 dE가 0이 되는데, 그레이 스케일의 전대역이 dE 편차 3 이내에서 평탄하면 시청할 때 육안상 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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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온도 및 dE 비교

초기 설정이 6800K 평탄하다면 나무랄데 없는 그레이 스케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색온도 분포에 만족하지 않고 각 밝기별 RGB 밸런스를 체크하면 아래와 같은 그래프가 나온다.
전대역에서 그린 게인이 상당히 오버되고 있다.
레드가 블루에 비해 부족한 것은 6500K보다 높은 6800K에 평탄하기 때문이지만, 6500K에 맞추겠다고 레드와 블루의 밸런스만 조절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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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ard 감마에서 Fine Menu1 중 색온도 3에 놓고 측정한 대역별 RGB 밸런스 그래프.

따라서 제대로 캘리브레이션하려면 레드와 블루의 밸런스를 맞추면서 그린과 균형이 맞을 때까지 올리거나, 그린을 빼서라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린을 뺄 경우 전체 밝기가 어두워질 수 있는 반면, 레드와 블루를 올려서 그린에 맞추면 밝기는 밝아지지만 평탄하게 맞추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마란츠 VP11S1은 레드와 블루의 게인을 올려도 우수한 평탄성을 유지하므로 그린 게인과 바이어스는 그대로 0에 놓은 채, 레드 게인을 18까지, 블루 게인을 7까지 올리고 레드의 바이어스를 -1로 내리면 아래와 같은 놀라울 정도로 평탄한 그레이 스케일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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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ard 감마에서 캘리브레이션 조정 후에 측정한 대역별 색온도 그래프.

단순히 그래프상으로 평탄한 것이 아니라 위의 '색온도 및 dE 비교 표'에서 '캘리브레이션 후(After)'와 같은 뛰어난 그레이 스케일을 얻을 수 있다.
특히 dE 편차를 보면 2까지 벗어나는 50 IRE 대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0 아니면 1이라고 하겠는데 이례적일 정도로 정확하고 평탄한 그레이 스케일이다.
이는 아래의 대역별 RGB 밸런스 그래프에서도 세 개의 채널이 모든 대역에서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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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ard 감마에서 캘리브레이션 조정 후에 측정한 대역별 RGB 밸런스 그래프.

여기서 캘리브레이션을 하는 것이 좋으냐, 아니냐 하는 특이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엉터리로 하지 않는다면 일반적으로 캘리브레이션을 해서 가시적인 큰 효과는 없는 제품도  있겠지만, 더 나빠지는 예는 별로 없다.
이전 모델인 VP12S4는 포함된 센서를 사용해서 캘리브레이션을 해도 그린 게인이 별로 바뀌지 않아 영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즉 Auto Clalibration은 큰 효과가 없었다고 하겠는데, 전문가나 매니아들은 이 기능을 별로 신뢰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캘리브레이션하는 것을 더 선호했다.
게다가 이 기능은 가격 상승 요인도 꽤 있었으므로 신제품에도 계속 유지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VP11S1은 좀 특이한 케이스인데 더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취향에 따른 선택 문제가 생긴다.
자세히 설명하면 캘리브레이션을 해서 RGB의 밸런스를 정확하게 하면 색의 과포화, 특히 피부색이 거슬릴 수 있다.
반면에 마란츠가 제시하는 세팅으로 그냥 보면 약간 녹색조가 도는 바탕에 물을 조금 뺀 듯 화사한 색이고 과포화가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즉 그레이 스케일의 평탄성과 정확성은 가장 최고의 측정치를 보이는 제품 중의 하나이고 표준적이라고 하겠으나, 실제로 보이는 색감은 감성적이라는 소리이다.
어찌보면 정확한 색좌표와 평탄한 그레이 스케일을 좋아하는 미국 평론가들을 위한 측정 수치를 제공하면서도, 색감은 일본적인 것을 은근히 고집한다고도 볼 수 있다.

*추가사항 : 그러고보니 '일본인들의 표준'인 '색온도 5'의 9300K에서 영상 테스트를 하지 않고 제품을 돌려 보냈다. 필자는 조명이 있는 상태의 직시형 TV라면 혹시 모르지만(1년에 한 두번 정도?) 암막 상태의 프로젝터에서는 절대로 9300K로 보는 일이 없기 때문에 테스트하지 않았다.
그러나 6500K에서의 이런 색감이 9300K 모드에서는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지고 이 테스트를 안했던 것이 아쉽다.

감마

Theater, Standard, Dynamic에서 고를 수 있는 영상 모드는 한마디로 감마의 차이이다.
감마 선택 모드로 들어가면 위의 세 가지 옵션 외에 A, B, C, D, E의 다섯 모드가 더해져서 총 8개의 감마 옵션이 제공된다.
그러나 A-E까지의 감마는 너무 낮은 평균치를 보이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용할 일이 없다고 하겠다.
아니, 솔직히 말해 'Standard' 이외의 감마는 영화나 방송 화면 등 동영상에 적합한 감마라고 볼 수 없다.
'Standard' 감마는 블랙에서 화이트까지 그레이의 전대역에 걸쳐 표준 2.2에 대단히 평탄하고 우수한 세팅이다.
그 이외의 모든 감마는 모두 평균 2.0 이하인데 차라리 'Theater' 모드를 지금처럼 평균 1.7 정도로 하기보다, 오히려 'Standard'보다 높은 2.3-2.5 정도로 높여서 출시했으면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명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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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P11S1의 명암비는 조리개(iris)의 개폐와 램프의 광량에 따라 달라진다.
F6.0모드가 조리개 닫힌 상태로 높은 명암비가 나오며, F3.0은 조리개가 열린 상태로 고휘도가 나온다.
반면에 램프는 Normal이 고광량 모드이고 Economy가 밝기를 낮춘 저광량 모드이다.

명암비 측정은 높은 수치를 얻기 위한 과도한 설정이 아닌 블랙 레벨과 화이트 레벨을 실제 시청에 적합하게 맞추고 계측하였다.
그러나 블랙 레벨이 Normal, 혹은 Expand에, 아날로그 신호라면 0 IRE, 7.5 IRE에 맞게 설정되었다면 'Brightness'와 'Contrast'는 초기 설정에서 손 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애시당초 잘 맞게 나온다.

이 세팅에서 램프를 Economy, 아이리스를 F6.0로 놓은 상태가 최대 명암비인 4463:1이 나온다.
아이리스를 그대로 F6.0에 놓고 램프 밝기를 Normal로 밝게하면 3279:1, F3.0으로 아이리스를 열고 램프는 Economy에서 2311:1, 아이리스 F3.0과 램프 Normal의 가장 밝은 상태에서 1885:1의 명암비가 측정되었다.

명암비로 보면 샤프 Z21000에 비해 낮지만 삼성 800BK보다는 높다고 할 수 있다.(옵토마 HD81이나 벤큐 W10000에 대해서는 언급을 말기로 하겠다.)
같이 비교한 샤프 Z21000이 CRT를 제외하고는 최고 수준의 명암비와 깊은 블랙을 자랑하므로 VP11S1이 여기에 밀리지만, 어쨌든 샤프 Z21000 이외의 다른 제품들보다 훌륭한 정도라고는 할 수 있다.
특히 삼성 800BK보다는 깊게 내려가는 블랙과 높은 해상도로 인해 입체감이 확 사는 펀치력 있는 영상이다.

유니포미티

광학계가 뛰어나서인지 포커싱뿐 아니라 유니포미티도 대단히 뛰어나다.
전체 화이트 필드 화면으로 체크해봐도 중앙에 비해 귀퉁이를 비롯한 다른 부분의 밝기와 색온도 변화가 극히 적다.
한마디로 최고 수준의 유니포미티라고 하겠다.

오버스캔

1080i나 1080p 신호는 테스트 패턴상으로 볼 때 오버스캔은 없다고 할 수 있다.
1080i 신호나 1080p 신호가 입력되면 HDMI/DVI를 통한 디지털 신호이든, 컴포넌트나 RGB를 통한 아날로그 신호이든 스케일링 과정없이 그대로 1:1 픽셀 매칭이 된다.
매칭된 기기에 따라 한 두 픽셀 마스킹이 되거나 쏠릴 수 있지만 스케일링은 하지 않으므로 별 문제가 아니라고 하겠다.

오버스캔 모드는 SD 신호에서만 가능한데 오버스캔을 끄면 거의 잘리지 않거나 잘리더라도 무시할 수준이다.
그러나 480i, 480p, 720p 등의 신호를 자체 해상도로 스케일링하는 과정에서 아주 약간의 링잉은 감지된다.

영상 처리

샤프 Z21000이 색의 농도와 색조를 조절해서 표준에 가깝게 맞출 수 있는 점이나, 명암비의 우위로 마란츠보다 깊은 블랙을 내는 것을 따져 보면 마란츠 VP11S1은 절반에 가까운 가격인 샤프보다 열세임이 확실하다.

반면에 마란츠는 렌즈를 비롯한 광학계가 우위에 있으며 그 덕분에 뛰어난 포커싱을 보인다고 앞에서 언급했다.
그런데 여기에다가 지넘 VXP 프로세싱까지 더해져 선예감에서 샤프를 압도한다.
한마디로 이름과는 달리 샤프 Z21000보다 마란츠 VP11S1이 더 샤프한 영상이란 소리다.

전모델인 VP12S4에서 처음 지넘 VXP를 채택했을 때, 개발 담당자인 요코오 토오루씨는 DVD를 비롯한 SD 영상 처리만을 생각했다면 S3에서 S4로 가면서 파루쟈에서 지넘으로 교체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러나 VP12S4의 지넘 VXP 프로세싱은 기대만큼 뛰어나지 않았었다.
지넘을 사용한 첫 제품이라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멀리서는 샤프한 느낌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윤곽선이 거칠고 링잉도 많았었다.
따라서 VP12S4와 비슷한 가격이었지만, 지넘의 경쟁사인 실리콘 옵틱스의 리얼타 HQV를 장착한 야마하 DPX1300의 한판승이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게다가 VP12S4는 이번에 테스트하는 VP11S1과 비슷한 색감이었던데 비해 야마하는 삼성에 가까운 지극히 표준적인 색감이며, 조절 및 캘리브레이션이 용이했고 명암비도 호각이었다.
그러나 야마하가 DPX1300의 Full HD급 후속기 개발을 접었다는 소식이 들려 안타까웠는데, 마란츠의 이번 VP11S1의 지넘 프로세싱은 VP12S4에 비해 괄목상대할 정도로 개선되었다.

지넘 VXP가 좋은가 실리콘 옵틱스 HQV가 좋은가는 정답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디인터레이싱 능력만 가지고 따지면 테라넥스부터 정평있는 실리콘 옵틱스가 좀 더 매끄러운 반면에 지넘은 사선에서 미세하게 계단 현상이 실리콘 옵틱스보다 두드러진다고 평해진다.
그러나 그 대신에 실리콘 옵틱스의 영상이 약간 소프트해지는데 비해 윤곽선의 선예감 등에서는 지넘이 앞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마치 과거 DVD의 프로그레시브 변환 처리에서 제네시스사의 파루쟈칩과 DVDO사의 실리콘 이미지칩 때와 판박이처럼 비슷한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지넘 VXP는 실리콘 옵틱스 리얼타 HQV에 비교하면 약간 사선이 더 생긴다는 것이지 나머지 다른 프로세서들보다는 대단히 뛰어난 디인터레이싱 능력이다.
게다가 설사 미세한 사선이 보인다 하더라도 Full HD급 패널같이 격자가 작고 촘촘한 디스플레이에서는 스크린에 눈을 가져다 대고 보기 전에는 거의 발견할 수 없는 수준이다.

우수한 디인터레이싱과 스케일링 능력에 더해 노이즈 억제도 뛰어나다.
노이즈를 낮추다 보면 디테일이 따라서 죽을 수 있는데 영상 정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노이즈를 훌륭히 제거해서 훨씬 임팩트감이 뛰어나다.
그와 더불어 CEC 기능은 크로마 버그를 억제하는 기능인데 펌웨어가 업데이트되었는지 설명서와는 달리 DVD뿐 아니라 HD에서도 효과가 있었다.
MyHD 수신 카드를 사용하면 프로그램에 크로마 버그가 있어 SD 방송을 1080i로 업컨버팅해서 송출할 때뿐 아니라 HD 방송에서도 크로마 버그(Chroma Upsampling Error)가 종종 보인다.
그러나 CEC 기능을 사용했을 때 붉은색 등의 원색 계통을 관찰해 보면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따라서 이번에 비교한 샤프 Z21000에 비한다면 매끄러운 i/p 변환이나 선예감에서 훨씬 우위에 있다.
만약에 샤프 Z21000이 마란츠 VP11S1과 비슷한 영상 처리 능력을 갖추려면 크리스탈리오2나 곧 리뷰할 예정인 DVDO VP50 같은 수백만 원짜리 외장 스케일러/프로세서를 더해야 가능할 것 같다.

실제 영상 평가

먼저 최고의 1080i 데모 영상중 하나로 꼽히는 엡손과 소니 데모를 감상하였다.
삼성 800BK에 비교하면 삼성의 색감이 더 자연스럽지만 높아진 해상도와 깊은 블랙으로 인해 입체감과 샤프함에서 마란츠가 압도한다.
샤프 Z21000에 비교하면 선명도에서 앞서지만 블랙이 조금 덜 내려가서 입체감에서는 호각이라고 하겠다.

엡손 데모의 3분 30초에서 5분 정도 사이에 보이는 해변, 시장, 빌딩 등의 장면은 그야말로 생생함의 극치라고 할 정도이다.
특히 해변가에 서 있는 건물들 베란다의 명암이 잘 살아나면서 마치 튀어나올 것 같은 펀치력과 입체감을 주며 하늘의 푸른색도 짙고 자연스럽다.
720p의 해상도를 가진 삼성 800BK나, 같은 Full HD 해상도라도 ANSI 명암비가 훨씬 낮은 소니 VW50과는 확연하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색감, 특히 피부색에서는 종종 신경이 쓰이는데 해변이나 시장에 오가는 사람들이나, 서핑 장면에서 붉은 기운이 지나치게 포화된다.
대신 8분 이상 경과 후 실내 장면에서 계속 나오는 아가씨는 크게 왜곡되지 않은 피부색이다.

HD 방송으로는 LG LST3430 셋탑을 DVI로 연결해 MBC의 '주몽'을 감상했는데 원래 얼굴색이 붉은 야철대장 이계인의 얼굴은 '정말' 빨갛다.
반면에 흰 얼굴의 소서노와 주몽은 때때로 약간 녹색조가 돌 때가 있다.
같은 사람이라도 장면과 조명, 실내 촬영인가 야외 촬영인가에 따라 피부색이 거슬리는 정도가 다르다.
선예감이나 컨트라스트의 뛰어남은 더 이상 중언부언할 필요 없이 뛰어나다.

한국에는 720p 소스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미국 ABC의 HD 데모 영상을 보니, 의외로 720p HD 영상도 삼성 800BK에서 네이티브 해상도로 보는 것보다 약간 앞선다.
물론 삼성 800BK는 격자가 크기 때문에 좀더 떨어져서 봐야 하지만 마란츠 VP11S1은 윤곽선 주변에 미세한 링잉이 감지되며 아주 약간 소프트해지는 현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마란츠는 스케일링의 부작용으로 영상이 미세하게 소프트해지더라도 렌즈의 포커싱에서 만회를 하므로 결코 삼성의 네이티브 해상도에 밀리지 않는다.
720p 영상에서는 큰 차이가 아니고 높아진 해상도와 깊어진 블랙으로 임팩트감이 살아나므로 색감만 제외하면 여전히 마란츠의 손을 들어 주겠다.

컴포넌트 입력에서는 선예감이 약간 떨어지지만 여전히 샤프 Z21000의 HDMI/DVI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샤프하다.

DVD는 제품을 테스트할 때 이외에 요즘은 정말 잘 안보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킹콩'과 '제5원소' 등 몇 개의 타이틀을 재생해보니 HD 소스에 비해서는 떨어지지만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DVD 역시 훌륭한 영상이다.
만약 HDMI 출력으로 480i 출력이 가능한 플레이어를 사용한다면 프로그레시브 변환 및 업스케일링 기능을 사용하기 전에 꼭 테스트해보기 바란다.
데논의 A1XVA같은 최고 수준의 업스케일링 DVD 플레이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웬만해서 마란츠 VP11S1의 VXP 프로세싱을 능가하기 힘들 것이라고 본다.
SD 영상인 DVD는 720p 디스플레이든, 1080p 기기에서 보든간에 어차피 패널 해상도 스케일링을 해야 하므로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Full HD급 제품에서 좀 더 색감도 깊어지고 선예감이 살아난다.

결론

렌즈 포커싱과 VXP 프로세싱을 통한 샤프한 영상은 필자가 여태 보아 온 제품 중 최고라고 할 정도이다.
다이나믹 아이리스를 사용하지 않고도 고정으로 깊은 블랙을 구현하며 뛰어난 명암비로 인해 영상의 펀치력과 임팩트감도 훌륭하다.
때문에 필자가 지금까지 보아온 제품 중에 가장 입체적이면서도 또렷한 영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때때로 과포화되면서 동시에 탈색된 듯한 색감은 필자의 취향에 다소 벗어난다.
그리고 블랙의 깊이에서 샤프 Z21000보다 약간 덜 인상적이다.
만약 샤프를 같이 보지 않았다면 마란츠의 블랙에 불만이 생기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샤프 Z21000의 블랙이 워낙 좋았기에 마란츠도 여전히 훌륭한 블랙이지만 다소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고 생각된다.

이번 테스트는 한정된 기간에 너무 많은 제품을 테스트하였기에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놓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수준급 Full HD DLP 프로젝터의 위력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상당히 비싼 제품이지만 거의 1/3 가격인 옵토마 HD81이나 벤큐 W10000과는 리그가 다른 영상 퀄리티를 보여주는 제품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샤프 Z21000에 비한다면 확연한 우위를 보이지 못한다.
만약 샤프에 DVDO VP-50 같은 프로세서를 더한다해도 마란츠 VP11S1보다 낮은 가격에 가능할텐데 그 결과가 주목된다.

*장점

최고 수준의 선예감.
지넘 VXP 프로세서의 뛰어난 디인터레이싱 및 스케일링 능력.
렌즈를 포함한 우수한 광학계와 포커싱.
깊은 블랙과 높은 명암비.
낮은 영상 노이즈.
빼어난 유니포미티.
초당 48 프레임 재생 능력

*단점

색감(이것은 사용자 취향에 따라 장점도 될 수 있겠지만 필자에겐 단점이다)
영상 신호에 따라서 조정이 제한되는 항목이 많다는 점.
다소 시끄러운 소음.
가격.

추가사항

1부에서 언급했지만 마란츠 VP11S1은 FRC(Frame Rate Conversion)기능을 끄거나 켤 수 있다.
이 설정은 Auto로 하면 초당 60프레임으로 재생하지만 Off로 세팅하면 입력 신호에 따라 초당 48 프레임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외부 프로세서에서 48Hz로 출력하거나 블루레이나 HD-DVD에서 1080/24p로 출력해야 하며 차후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60Hz 신호라도 필름 소스라면 48 프레임으로의 재생이 가능할 것 같다.(지넘 VXP 프로세서에서 가능한 기능으로 알고 있다)
48Hz보다는 60Hz로 많은 프레임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필름 소스의 경우 초당 24 프레임이기 때문에 정수배가 아닌 60 프레임으로 재생하면 어떤 프레임은 2번, 다음 프레임은 3번씩 보여줘야 하므로 동작이 매끄럽지 못하고 저더(Judder)가 생긴다.
지금껏 그러려니하고 넘겨왔겠지만 judder가 없는 영상을 한번 보고 나면 다음부터 필름 소스에서 상당히 신경이 쓰이게 된다.
좋은 방법은 72Hz 이상, 96, 120 등으로 재생하는 것이지만 현재의 DLP로서는 무리이므로 48Hz가 대안인 것이다.
물론 이상적인 재생 빈도 주파수는120Hz로 기존 60Hz 방송 신호와 24 프레임의 필름 소스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최소공배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60Hz보다 낮은 48Hz에서 플리커링(Flickering)이 얼마나 거슬리는가인데 필자 생각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60Hz의 NTSC 방식에 적응된 우리의 눈에 유럽이나 홍콩 등을 여행하다 호텔방에서 50Hz의 PAL 방식 TV를 시청하면 처음 켰을 때와 아주 밝은 장면에서는 깜빡임이 거슬리지만 조금 있으면 적응이 되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48Hz는 50Hz의 PAL과 별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되겠다.
게다가 TV의 밝기는 최소 35 fL 이상이고 보통 100 fL 정도의 밝기인데 비해 프로젝터는 15 fL 이하이고 대부분 10 fL 전후의 밝기로 보고 있으므로 플리커링이 그다지 거슬리지 않는다.
12 fL 안팎의 밝기인 극장에서 초당 24 프레임에 불과한 영화를 볼 때 깜빡임이 심해서 못 보겠다는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FRC 처럼 중요한 항목을 누락한 것은 필자가 직접 테스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의 결론 부분에서 한정된 시간에 너무 많은 제품을 테스트해서 누락된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미리 밝힌 것이 지금과 같은 때의 변명을 위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이 기능을 테스트하지 못하고 또 리뷰에도 누락한 이유는 테스트 당시에 1080/24p를 출력할 수 있는 블루레이나 HD-DVD 플레이어가 없었고 60Hz 소스를 받아 2-3 풀다운을 거쳐 24 프레임, 혹은 48 프레임으로 복원하는 비디오 프로세서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이나 플레이스테이션3 등의 1080p 출력은 모두 초당 60 프레임이다.
때문에 플레이어에서 60Hz로 바꿔서 출력하거나, 24 프레임 신호를 받고서도 디스플레이 기기에서 60Hz로 변환 출력하면 별 의미가 없다.
이것은 파이오니아 플레이어나 앞으로 출시되는 차세대 DVDP에서 재생 빈도수를 변경하지 않고 원본 신호에 수록된 1080/24p를 그대로 출력하는 기기가 매칭될 때 아주 유용한 기능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