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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칼럼

고정 명암비 vs. 동적 명암비


이 칼럼도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리뷰에서 다뤘던 내용들을 포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요즘 나온 디스플레이 제품의 Full On/Off 명암비 스펙을 보면 가관이다.
LCD 프로젝터가 몇 만 대1을 넘어가고, LCD 직시형은 백만 단위에서 싸우고 있다.
결론부터 간단하게 말하겠다.
화이트와 블랙의 휘도가 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명암비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동적 명암비, 즉 백라이트 조정이나 아이리즈 개폐를 통해 명암비를 극대화하면 실제 신호에서 지정하는 휘도와는 다른 밝기로 표현되고 계조 표현에도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감마, 계조, 휘도의 왜곡

영상에서 휘도와 감마, 계조 표현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아이리스를 조절하거나(프로젝터) 백라이트 밝기를 변동시켜서(LCD TV) 컨트라스트를 과장하면 원래 신호와는 다른 휘도가 나온다는 점부터 설명하겠다.
예를 들어 영상 신호에서 밤하늘의 별빛이 풀 화이트인 100 IRE 신호라고 하자.(다시 말해서 RGB가 255, 255, 255거나 235, 235, 235의 신호값을 가진다고 치자)
만약 화이트의 휘도가 50nit가 나오도록 프로젝터를 세팅했다면 별빛도 50nit의 밝기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배경인 밤하늘의 블랙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아이리스를 조였다면 별빛은 50nit는 커녕 그보다 훨씬 어두운 밝기로 나온다. 이것은 단순히 화면 평균 휘도에 따라 아이리스를 조였다 열었다 하는 경우이다.
다음은 계조 문제이다.
소니의 SXRD 프로젝터에서는 좀 더 복잡한(그리고 골 때리는...) 형태의 동적 명암비를 사용했었다.
Brightness Compression이라고도 하는 방법인데, 밝거나 어두운 반대 쪽의 계조를 뭉개 버리는 방식이다.
즉 어두운 장면이라서 아이리스를 조였을 때는 밝은 쪽 계조를 일부러 포화시키고, 아이리스를 여는 밝은 장면에서는 그 반대로 작동한다. 이런 방식은 단순히 APL(하이파이넷 Wiki 참조)에 따라 아이리스를 개폐하는 것보다 특정한 한계내에서는 휘도를 유지하는데 유리하다. 그러나 그 한계를 벗어나는 휘도 신호는 계조 표현이 안 된다.
깜깜한 밤하늘의 별을 다시 예로 들어 보겠다. 그중에는 밝은 별도 있고 어두운 별도 있다.
그러나 계조를 압축시켜 버리면 일정한 휘도 정보 이상의 별들은 모두 같은 밝기로 나온다.
다시 말해서 어두운 밤하늘 장면이라 아이리스를 조였을 때는 70 IRE 이상의 밝기는 모두 같은 휘도로 나온다.
70 IRE짜리 별이나, 100 IRE짜리 별이나 같은 밝기로 나온다는 말이다.(소니 VW-50 리뷰 참조)
계조 압축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예를 들어 보자.
아주 어두운 장면이나 전체 블랙 화면에서 램프 패턴(아래 사진)으로 갑자기 바꾸면 70 IRE 이상 밝은 부분의 계조는 구분이 안 되고 모두 하얗게 나온다. 그러다가 시간이 약간 지나면서 75, 80, 85, 90, 95...이런 순서로 차츰 구분이 된다. 전에 리뷰했던 VW-50은 1.5초 정도 걸렸던 것 같고 아마 요즘 나온 신제품은 더 빨라졌을 것이다.(최근 제품은 잘 모르겠다. 소니 SXRD의 경우 마지막으로 테스트했던 것이 VW-200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게다가 감마도 큰 문제이다.
디스플레이는 감마가 정확하고 평탄해야 계조뿐 아니라 색감도 정확하게 유지된다.
디스플레이 방식이나 시청 환경에 따라 감마값은 2.2-2.6 사이에서 다소 유동적일 수 있지만 동적 명암 조정을 사용하면 다이나믹 감마로 인해 과장 좀 보태서 미친 년 널 뛰는 듯한 감마가 나온다.
고정 명암비에서 감마를 측정하는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런 식으로 보면 장면에 따라 2.2 근방이 아니라 1.0 이하의 감마에서 3.0이 넘는 감마까지도 나올 정도로 들쭉날쭉할 수 있다.
대부분의 제품에서 다이나믹 감마를 가장 심하게 적용하는 "선명한" 모드 같은 경우는 암부는 다 뭉개지고 밝은쪽은 다 날아가는 영상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레이-화이트의 감마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각 RGB의 개별적인 감마도 문제다.
RGB 각각의 감마가 모든 휘도 대역에서 정확하게 일치할수록 색감은 평탄하고 안정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감마가 평탄한 방송용 모니터급의 디스플레이라 하더라도 RGB의 감마 곡선 세 개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제품은 거의 없다. 그런데 다이나믹 감마 조정으로 인해 감마가 널 뛰듯이 들쭉날쭉하면 이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사람 얼굴색이 그 장면의 밝기에 따라 저 혼자 뻘개졌다 퍼래졌다 난리를 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고정 명암비는 높을수록 좋은가?


그러면 동적 명암비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고정 명암비가 높으면 무조건 좋은가?
물론 대부분은 그럴 것이다. 그런데 영상 처리 능력이 그에 따라가지 못하면 안 그런 경우도 있다.
깊은 블랙과 매끄러운 계조가 가능한 디스플레이로는 아날로그 방식인 CRT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설사 아날로그 방식인 CRT라 하더라도 BD/DVD 같은 디지털 소스를 재생하면 계조에 파탄이 날 수도 있다. 특히 블랙이 아주 깊고 안시 명암비까지 대단히 높다면 계조가 끊어지는 밴딩 현상이 나타날 때가 있다.
물론 그럴 정도로 고정 명암비가 높게 나오는 디스플레이가 별로 없으니 이것은 현재의 상황에서 배부른 투정으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속칭 "현존 최고의 직시형"으로 꼽히는 파이오니어 쿠로 PDP의 예를 들어 보자.
쿠로의 절대 블랙은 대단히 깊다. 온/오프 명암비로 CRT보다 높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안시 명암비마저도 CRT와는 달리 2만 :1이 넘어가는 그야말로 "깡무식한(?)" 수치가 나온다.
온/오프 명암비와 절대 블랙이 깊은 것은 좋다. 그런데 안시 명암비까지 이렇게 몇 백 대1 수준이 아닌 몇 만 대1까지 나오면 디지털 소스를 볼 때 계조가 파탄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한 장면에 아주 어두운 부분과 극단적으로 밝은 부분이 함께 나오는 경우이다.
블랙 바탕에 화이트가 뜨면 상관이 없다. 문제는 블랙과 화이트의 경계 부분에 중간 계조가 있을 때이다.
깜깜한 밤하늘에 달이 떠 있을 때, 달 주변의 하늘을 생각하면 된다.
현재 DVD, HD 소스, BD 등은 8비트 신호이다.
다시 말해서 그레이 상태에서 256 단계의 계조밖에 표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각 RGB 상태에서 256 단계이므로 256x256x256을 하면 RGB를 섞어서 1670만 컬러가 가능하다.
그러나 단색으로는 256 단계가 한계이다. 영상 처리 능력을 10비트로 올리면 1024 단계가 가능하지만 소스 자체가 8비트로 수록되어 있으므로 그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다 쿠로처럼 2만 대 1이라는 무식한 안시 명암비가 유지되면 순간적으로 밴딩이 다른 제품보다 두드러져 보일 수 있다.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카"의 시작 부분에 맥퀸의 독백 장면 전후를 예로 들겠다.
트랙을 도는 장면과 완전 블랙 아웃 상태에서의 독백이 번갈아 가며 나오는데, 쿠로의 블랙에 감탄하게 된다.
그러다가 "McQueen, Are You Ready?"하면서 트레일러가 열리고 맥퀸이 밖으로 나온다.
바로 이 컨테이너가 열리는 약 1초 미만의 장면은 쿠로의 약점이다.
암흑속에서 트레일러의 문이 열리면서 아주 밝은 바깥쪽이 나타난다. 그리고 트레일러의 문짝은 바깥의 극단적인 밝음과 트레일러 내부의 어두움이 교차하는 중간 계조이다. 바로 이 장면에서 쿠로는 안시 명암비 300:1 수준의 일반적인 디스클레이보다 계조가 끊어져 보이는 밴딩 현상이 약간 두드러진다. 일반적인 장면에서의 계조는 훌륭하다. 그리고 이렇게 극단적인 명암이 공존하는 장면이 오래 지속돼도 재빨리 안시 명암비를 줄여서 수습한다.
또한 화질 세팅에서 명암(Contrast)을 약 5 정도만 낮추면 처음부터 별 문제가 없기도 하다.(필자는 쿠로의 ISF Day 모드 명암 세팅을 40에 놓고, ISF Night은 명암 35로 맞췄다. 그리고 필자는 ISF Night을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어쨌든 "명암 40"에서 그 1초도 안 되는 잠깐 동안은 미세하더라도 계조의 파탄이 드러난다. 그래서 온/오프 명암비도 아니고 안시 명암비가 2만 대1이면 너무 "깡무식"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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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Cars" 트레일러(맥)의 문이 열리는 장면

그리고 계조 표현은 명암비뿐 아니라 디스플레이의 재생 빈도와도 관계가 있다.
특히 DLP나 PDP처럼 디더링을 통해 표현하는 디지털 디스플레이에서는 재생 빈도를 높일수록 계조 표현력은 떨어질 수 있다.(삼성 PDP B850 리뷰 3부 블루레이 설명 중에서 96Hz Real Movie 부분 참조-"괴물" 미8군 랩 스크린 샷 부분) 전에 조 케인씨와 잡담 중에 3판식 DLP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컬러 휠을 사용하는 단판식 DLP는 중간에 어떤 과정으로 영상 처리를 하든지 간에 최종 출력은 8비트일 수밖에 없지만 3판식을 사용하면 24Hz로 구동하면서 12비트로 디스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24Hz면 플리커링이 거슬리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DLP는 홀드 방식(Wiki 설명 참조)이라 영상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 다음 프레임으로 거의 바로 바뀌고, 응답 속도 문제로 LCD처럼 잔상이 겹치는 것도 아니니까 실제 24Hz로 봐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필자야 진짜 24Hz로 구동되는 DLP를 본 적이 없으니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런가보다 할 밖에...) 즉 PDP나 DLP 같은 풀 디지털 방식의 디스플레이는 명암비와 재생 빈도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그림이 나오는 것은 아니며, 영상 처리 능력도 받쳐줘야 한다는 뜻이다.(LCD는 경우가 좀 다르다. LCD는 영상의 최종적인 디스플레이 단계에서 아날로그로 전압을 조절한다. PDP처럼 완전 디지털로 서브 브레임을 사용해 디더링하는 것이 아니라 CRT처럼 전압의 강약을 통해 휘도 차이를 표현하는 아날로그 방식이기 때문에 120Hz나 240Hz로 재생 빈도를 높인다고 해서 계조 표현에 꼭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결국 사용자 꼴리는대로?

계조와 감마가 더 중요한가, 깊은 블랙 표현이 더 중요한가는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다르다.
물론 블랙이 아주 깊게 내려가면서도 감마가 정확히 유지되며 계조도 매끄럽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이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개발된 디스플레이 방식으로는 그것이 쉽지가 않다.
헐리우드의 스튜디오들처럼 컨텐츠를 만들고 공급하는 제작자 그룹의 입장은 명확하다.
계조나 감마가 틀어지느니 차라리 블랙이 좀 뜨더라도 명암비를 줄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그 컨텐츠를 감상하는 관객의 입장은 좀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무조건 깊은 블랙을 선호하게 된다.
샤프에서 디스플레이로서는 처음 THX 인증을 받은 LCD TV를 개발할 때 패널 자체로는 3000:1의 고정 명암비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계조 문제 때문에 THX측의 요구에 의해 명암비를 2500:1 이하로 낮췄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필자는 삼성 A800B DLP 프로젝터를 세팅할 때 좀 더 높은 명암비를 얻기 위해 팩토리 모드로 들어가 화이트가 클리핑되지 않는 범위에서 컨트라스트를 올리고 아이리스를 좁혔었다. 이렇게 맞추면 컨트라스트를 올렸어도 아이리스를 조였기 때문에 휘도는 거의 같게 나오면서도 블랙이 가라앉아서 명암비가 약 30% 정도까지도 향상된다.(간단히 말해 2000:1이었던 것이 3000:1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조 케인씨는 이 영상을 보자 마자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팩토리 모드로 들어가 세팅을 모두 원위치 시켰다.(16:9 화면을 꽉 채운 밝은 영상이라 별로 티가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칼같이 바로 알아차린다) 블랙이 좀 뜨더라도 과도한 컨트라스트는 반대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삼성 DLP 프로젝터의 특징이기도 하다.  다 좋지만... 블랙의 깊이 만큼은 경쟁 제품보다 못한 것 말이다. 물론 필자는 여전히 프로젝터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명암비를 쥐어짜는 스타일로 세팅해서 보고 있는데(^^), 애초부터 몇 만 대 1이 넘는 고정 명암비가 자연스럽게 나온다면 그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리스를 Fix시킨 상태에서의 DLP 프로젝터는(특히 삼성은...) 항상 블랙에 대한 불만이 남아있다.
사실 조 케인씨가 삼성 DLP를 개발할 때는 일반 홈씨어터뿐 아니라 헐리우드 스튜디오의 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에서 모니터로 사용할 것도 전제로 해서 개발되었다. 실제로도 헐리우드 스튜디오들이나 크라이테리온 같은 DVD/BD 제작 업체에서 사용하는 중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헐리우드의 영화 제작자 입장은 자신들이 만든 "예술"을 관객이 왜곡없이 그대로 감상하고 평가하기를 바라더라도,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자기 마음에 드는 영상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켜야 하는 룰이 있다.
그리고 동적 명암비를 적용하는 것은 필자 개인적인 입장으로 볼 때 그 룰에서 벗어난다.
꼼수는 꼼수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원래의 영상 신호가 어떻다는 것을 감으로 알고 있는데, 장면에 따라 감마가 바뀌고 휘도가 바뀌면서 색감이 달라지고 저 혼자 어두었다 밝아졌다 하는 영상을 참기는 싫다.
물론 요즘 제품의 동적 명암비 조정은 전보다 발전된 알고리즘과 메카니즘으로 훨씬 자연스러워졌지만 그래도 기본은 마찬가지다. 장면에 따라 감마와 휘도가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필자의 입장이고, 다른 사람들이라면 블랙이 허옇게 뜨는 영상을 보느니(LCD의 경우 아이리스 조절을 하지 않는다면 블랙은 여전히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특히 프로젝터는 불을 끄고 보기 때문에 더 심하다) 감마와 계조에 조금 문제가 있더라도 자동 명암 조정 기능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다. 그리고 요즘은 명암 조정의 부작용이 크게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개선된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각 디스플레이 방식에 대한 소고(小考)

직시형 TV 패널의 고정 명암비는 불을 켜고 본다는 가정하에서 거의 만족할만한 수준에 도달했다.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직시형 LCD TV나 PDP를 불을 켜고 본다면 꼭 자동 명암 조정을 끄고 보기를 권한다.
처음에는 매가리가 좀 없게 보여도 며칠 눈에 익게 되면 전에 보던 동적 명암비 적용 화면은 계조나 색감이 정말 개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불을 끄고 캄캄한 상태에서 시청할 때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라면 아무래도 직시형보다는 프로젝터가 더 문제이다.
결국 아직도 디스플레이, 그중에서 특히 프로젝터는 여전히 CRT가 최고다.
제 아무리 우수한 성능의 DLP, Lcos, LCD를 좋다고 보다가도 잘 맞춰 놓은 9인치급 삼관식 프로젝터를 보면 영상의 때깔이 다르다. 물론 7인치나 8인치급이라면 720p나 1080i는 몰라도 1080p급의 블루레이를 보자면 불만이 생긴다. 그러나 9인치급 정도면 비록 선예감이나 포커싱은 Full HD DLP에 밀리더라도 영상에 격조(?)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삼관식이 똥값으로 낮아져 부담이 적더라도 지금와서 커다란 덩치의 9인치 삼관과 그에 필요한 아날로그 영상 장비들을 다시 들여 놓기는 쉽지 않다.(블루레이 신호를 아날로그로 바꿔서 봐야 한다는...)
LCD 프로젝터는 색감, 선예감, 잔상, 그리고 블랙에 불만이다.(다시 말하지만 필자는 자동 명암 조정은 무조건 사용하지 않는 주의다. 동적 명암비를 적용하면 LCD의 블랙도 훌륭한 수준이고 큰 불만없이 사용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 게다가 LCD는 대부분 보급형 가격대의 제품이기 때문에 렌즈의 포커싱이 떨어지고 패널 얼라인먼트도 미세하게 틀어진 경우가 꽤 많다. 어차피 싱글 렌즈 프로젝터니까 약간의 색수차까지야 받아 들인다 쳐도, 패널이 어긋난 것까지 참기는 싫다. 삼관식을 사용할 때도 시도 때도 없이 컨버전스 그리드를 습관적으로 띄웠으니, 아마 컨버전스 조정없이 1주일 이상을 참은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DLP가 마음에 쏙 드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블랙 표현이나 선예감, 응답 속도, 색감은 LCD보다 좋지만 단판식 DLP는 역시 그넘의 무지개 현상이 문제이다.
불행하게도 필자는 컬러 브레이킹을 아주 잘 느끼는 편이다. 좀 황당하지만 DLP가 아니라 PDP에서까지 컬러 브레이킹이 보일 정도이다.(하이파이넷 포럼에 게시된 댓글 참조)
꼭 컬러 브레이킹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1인칭 슈팅 게임이나 흔들리는 핸드 헬드 카메라를 많이 사용한 작품은 울렁거려서 제대로 보지를 못한다. "본 얼티메이텀"을 보다가 메슥거려서 두 번에 나눠서 보고도 저녁을 못 먹었고, 근래에도 "디스트릭트 9"은 6번에 나눠서야 엔딩 크레딧까지 갈 수 있었다.
단판식 DLP도 6분할 이상의 컬러 휠이라면 어떻게 좀 참아 보겠지만, RGB에 Yellow를 더하거나 휘도를 높이기 위해 화이트가 추가된 4분할 휠을 채택한 염가형 제품은 때려 죽여도 어지러워 못 볼 정도이다.
그래도 지금은 DLP를 사용한다. 컬러 브레이킹은 오바이트를 하면서도 참으면서 LCD의 잔상과 자동 명암 조정은 못 참는다고? 그냥 각자의 개인차라고 보면 된다.
필자의 후배 녀석 중에는 추운 겨울에도 컨버터블 자동차의 두껑을 열고 서울 바닥을 다니는 미친 넘(?)도 있다.
매연 가득한 거리에 시커멓게 나오는 코를 풀면서도 만족을 위해서 그 정도는 참아야 한다고 파랗게 얼어버린 얼굴로 주장하는.... 필자가 보기엔 완전 미친 넘이지만 자기가 좋다는데야 어쩌겠는가?
어쨌든 그래서 대안으로 Lcos도 생각중이다.
그런데 Lcos는 DLP 회사가 주장하는 대로 안시 명암비가 떨어지고 컬러가 과포화되는 점이 가장 걸린다. 안시 명암비가 밀려서 영상의 입체감과 펀치력도 DLP보다 못하다. 지나치게 넓은 색좌표와 그로 인해 과포화되는 색감도 문제이다. 소니나 JVC의 서비스 모드로 들어가도 오버되는 컬러를 좁힐 수는 없는 것 같다. 결국 색농도를 좀 줄이고 다소 부정확한 컬러를 참고 봐야 하는데...그 정도는 고정 명암비 7만 대1에 달하는 JVC의 블랙과, 삼관식도 색좌표는 별로 정확하지 않았고 안시 명암비도 높지 않았다는 점을 떠올리면서 넘길 수도 있다.(그런 면에서 어차피 아이리스 조정이 필요한 소니 SXRD는 애초부터 필자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결국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타협과 선택의 문제다.
필자는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하는 자동 명암 조정에는 가혹하지만 그러면서도 컬러 브레이킹은 참는다.
다른 사람은 컬러 브레이킹을 못 참는 대신 자동 명암 조정은 거슬리지 않을 수 있다.
2.35:1 소스에서 블랙이 다소 뜨는 것은 스크린 상하의 마스킹으로 버틴다.
뭔가를 택하면 다른 뭔가는 포기해야 한다.
그저 3판식 DLP로 고정 명암비가 15,000-20,000 정도, 화이트 휘도를 50-60nit정도로 맞췄을 때 블랙의 휘도가 0.003nit까지만 내려가는 제품만 나온다면 지금으로선 고민이 없을 것도 같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