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터가 공기 청정기 역할까지 한다?
대체 이게 웬 말인가 궁금하겠지만 음이온 방출 브라운관 TV도 리뷰했던 필자로선 오히려 이쪽이 더 납득이 가는 이야기이다.
어차피 팬은 돌아가야 하니까 말이다.
옵토마의 중급기부터 톱모델인 H77까지 테스트했던 경험상 사실 이번 H27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854X480의 SD급 해상도에 850 ANSI 루멘의 밝기 등 그리 특이할 것 없는 사양에 NEC HT410이나 인포커스 스크린플레이 4805, LG-JT92 등에 동급의 경쟁기종이 하나 추가됐다는 인상 정도로만 받아 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옵토마에서 저가형 DLP 프로젝터로 출시한 H27 한마디로 놀라운 기기이다.
사양
동급 경쟁기 중에서 NEC HT410만이 렌즈 쉬프트 기능을 지원하고 있는데 비해 옵토마는 인포커스나 LG처럼 이 기능이 누락되었다.
A4 용지보다약간 작은 사각형의 깔끔한 몸체이지만 LG나 인포커스, NEC 등의 수준과 비슷하게 전면 환풍구를 통한 빛의 누출이 있다.
대신 공기 청정 기능까지 한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팬 소음은 대단히 정숙해서 거의 발동기 수준의 인포커스와는 상당히 차별되며 LG나 NEC에 그리 밀리지 않는다.
얼마나 공기 청정 효과가 있는지는 필자가 테스트할 능력도 없고 관심도 없지만 그 외에 DVI 단자와 PC용 D-sub 단자, 컴포넌트, 컴포짓, S-Video 입력에 백라이트 리모컨까지 있을 기능은 거의 다 구비하고 있다.
백라이트를 지원하는 리모컨과 세팅 메뉴도 상당히 깔끔해졌고 사용하기 쉽게 되어 있다.
명암비
스펙에 따르면 2300:1 정도의 우수한 명암비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필자의 측정 결과로 볼 때 이것은 대단한 겸손이다.
필자가 직접 측정해 보니 납득할만한 영상 범위에서 최대한으로 세팅한 후에도 4070:1이라는 놀라운 수치가 나왔으며 최적으로 조절한 후에도 2546:1 이라는 격찬을 받을 만한 명암비가 나왔다.
램프의 광량을 하이로 올려도 삼성 700AK 수준인 1600:1 정도가 나온다.
근래에 제품의 사양을 발표할 때 비현실적으로 과장된 명암비 수치를 지양하고 리얼 컨트라스트비 등으로 차별화시키며 급격히 현실성을 띄어 가는 현상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감상하는 영상 세팅에서 2500:1이면 필자가 측정했던 자료상 NEC보다는 7-8배가, 인포커스보다는 2배 이상, 그리고 LG보다도 우수한 정도라고 하겠다.
아니 동급기종들 뿐만 아니라 매터호른급이나 심지어 삼성 700AK 같은 HD2+급마저 뛰어넘는 퍼포먼스이다.
물론 명암비만 가지고 한 제품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가격대 제품에서 상급기들을 능가할 정도의 파격적인 명암비를 지닌 것은 고무적인 일이며 영상의 펀치력은 발군이라고 하겠다.
색상
색영역과 정확도에서는 어느 정도 약점을 보인다고 하겠다.
보통 삼성이나 엡손 같이 정확한 색상에 목숨 거는 브랜드들 말고는 정도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 틀어지고 녹색의 영역이 좁은 경우가 많다.
H27은 반대로 레드, 블루의 영역뿐 아니라 녹색마저 규정보다 훨씬 넓은 색영역을 가진다.
과유불급이란 말도 있지만 어차피 정확하지 못할 바에야 좁은 것보다는 넓은 것이 디스플레이 기기로는 유리하다고 볼 때 H27의 색영역은 프로젝터로는 이례적으로 넓다고 하겠다.(좌표 참조)
그레이 스케일 트래킹
그레이 스케일의 평탄성도 대단히 우수한데 30 IRE의 어두운 대역부터 100 IRE의 피크 화이트까지 ±50K 이내에서 분포하는 안정감을 보인다.
무비 모드에서 Degamma 세팅도 무비 1으로 놓고 색온도를 초기 설정인 1로 잡으면 전대역에 걸쳐 7310K 정도를 보이며 색온도를 0으로 낮추면 5965K 정도(아래 그래프에서 노란선)이다.
어드밴스드 조절의 RGB를 각각 한 두 클릭 올리거나 내리면 6450K에서 ±70 편차(위 그래프에서 After)로 그냥 맞아 떨어지므로 상급기들처럼 RGB별로 게인이나 오프셋, 감마를 따로 조절하는 항목이 없는 것이 별로 아쉽지 않다.
과거의 옵토마 제품은 이러한 평탄성을 최상급기에서도 보이지 못했었는데 경험이 쌓이면서 확실히 실력도 느는가 보다.
기타 특징
DVI나 컴포넌트 입력 공통으로 상하좌우로 약 2%씩 잘리며 이는 오버스캔을 적용하려 한다면 적당한 수준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오버스캔을 0으로 끌 수 있는 옵션은 없다.
6분할 4배속 컬러휠도 제대로 작동해서 <언더월드>의 지하철이나 <제5원소>의 이집트 장면에서 로봇형 우주인들이 좌우로 뒤뚱거리면 피라미드로 진입하는 장면, 그리고 릴루가 환풍구를 통해 연구소를 빠져 나가는 등 주로 컬러 브레이킹 무지개를 체크하는 장면에서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1년전의 고급기들에 적용되었던 6분할 4배속 휠 때문인지 무지개 현상이 심한 편인 NEC HT410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하며 LG나 인포커스에 비해서도 컬러 브레이킹 노이즈는 대단히 억제되었다.
보통 사람들이 감상하기에 무지개 때문에 거슬리는 일은 거의 없어 보인다.
비디오 프로세싱
DVI입력을 통해 480p로 입력을 해도 상하좌우 2%의 오버스캔이 적용되므로 스케일링이 일어난다. 그러나 스케일링은 대단히 매끄러워 불만의 여지가 없을 정도인데 이것은 720p나 1080i의 HD 신호를 입력했을 때 자체 해상도로 다운 스케일링하는 능력까지도 포함된다.
DVD를 연결했을 경우 480p가 가장 좋으며 720p도 우수한 편이다. 1080i는 앞의 두 해상도에 비해 링잉이 증가하고 소프트해지는 경향이므로 업스케일링 DVDP를 가졌다 하더라도 1080i로 출력할 경우는 극히 드물어 보인다.
그러나 원래 HD 신호를 480p로 다운 스케일한 경우는 스크린 가까이서 보면 약간의 미세한 링잉이 감지되지만 DVD와는 달리 우수한 스케일링 능력을 보여 준다.
화면이 좌우로 빨리 움직이거나 자막이 좌우로 빠르게 지나가도 떨림이나 뭉개짐 등이 기대 이상으로 안정적이다.
실제 영상
색영역이 규정보다 넓어서 색상이 과포화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특정한 장면의 특정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신경 쓰이지 않았으며 전체적으로 깊은 색감이었다.
<세익스피어 인 러브>나 <씨비스킷> 등을 보면 깊은 색감과 더불어 피부색도 우수한 편이다.
HD 신호를 연결해 보면 H27의 패널 해상도가 부족한 것은 확실하므로 상급기에 비해 HD 본연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DVD보다는 확실하게 좋으므로 <제5원소>, <반지의 제왕>, <킬 빌> 등을 HD와 DVD로 비교해 보면 480p로 다운 스케일한 HD가 원래 480p인 DVD 보다 색감, 디테일, 노이즈 등에서 현저하게 좋다.
단점
투사거리를 많은 사람들은 단점으로 꼽을 것 같다.
그러나 필자는 항상 투사거리가 긴 편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화질상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프로젝터로 적어도 100인치 정도되는 사이즈를 선호하겠지만 해상도 720p 미만이라면 80인치 정도의 스크린이 픽셀 사이즈가 덜 거슬리며 매끄럽기 때문에 이를 권하는 바이다.
렌즈 쉬프트가 없는 것이 설치 과정을 약간 고단하게 할 수 있겠고 빛의 누출이 거슬릴 수 있지만 다른 200만원 미만의 제품들에 비해 보면 단점으로 꼽긴 어렵다.
공기 청정 기능은 앞서 말했듯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전혀 감도 안 오지만 혹시 이것 때문에 단가가 약간이라도 올라 간다면 없는 것이 낫다고 본다.
그 외에 단점은 이번 테스트 기간 중에 발견하지 못했다.
결론
주저 없이 동급 제품 중에서 단연 최강이라고 속칭 뽐뿌성 추천을 하기에 꺼리낌이 없다.
NEC가 편의성에서는 앞서지만 영상이 인포커스나 LG의 수준에 못 미쳤는데 동일 해상도의 DLP 제품 중 가장 강력하다고 생각했던 LG보다도 필자는 주저없이 옵토마의 손을 들어 주겠다.
게다가 가격도 140만원 정도라는데 말이다.
DLP뿐 아니라 LCD도 이 가격대에선 966x544의 쿼터 HD급 이하의 해상도이므로 854x480의 DLP가 소수의 컬러 브레이킹에 민감한 사용자들을 제외한다면 확실하게 LCD를 누른다.
옵토마의 제품들에서 전에 보이던 삐뚤 빼뚤 성의 없던 한글 메뉴의 폰트마저도 가독성이 좋게 가지런히 바꾼 성의까지 본다면 옵토마에 대한 필자의 시각을 바꿔야겠다.
적어도 업무용이 아닌 홈씨어터용 제품에서 그저 그런 브랜드로 생각했던 옵토마가 이 정도로 분전한다면 앞으로 나올 상급기도 대단히 기대된다고 하겠다.
다른 옵토마 신제품도 수배해서 테스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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