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옵토마의 중급 DLP 프로젝터 H57은 H27과 더불어 CineShow 시리즈에 속한 모델이다.
CineShow라는 단어가 풍기는 인상처럼 홈씨어터 전용 프로젝터이며 다크칩2 기술이 적용된 1024x576의 16:9 패널 DMD칩을 사용한다.
이보다 전 모델인 H56을 테스트할 때만 해도 옵토마란 브랜드는 비즈니스용은 어떨지 몰라도 홈씨어터용 제품으로는 개념 정립이 제대로 안됐구나하는 느낌이 강했고 HD2+ 패널을 사용한 상급기 H77도 동급의 경쟁기인 샤프 Z12000이나 삼성 SP-H700, 미쯔비시 HC2000 등에 비하면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었다.
그러나 사별삼일이면 괄목상대라 했던가?
근래에 저가형 기기인 H27을 보고는 士別三日은 아닐지라도 社別一年만에 필자가 가진 선입관을 불식시킬 정도로 옵토마는 글자 그대로 괄목할 만한 성능을 보였다.
문자를 좀 더 쓰자면 "What a pleasant surprise!"라고나 할까?
꼬질꼬질했던 메뉴의 한글 폰트마저 산뜻하게 바뀐 것을 보고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신경쓰는 자세에 경의를 표하며 정말 ‘용’됐구나하고 느끼기도 했다.
제대로 된 회사라면 이렇게 좀 발전하는게 눈에 보이는 맛이 있어야 이쁘고 기특해 보여 소비자도 즐겁게 사줄 마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사양
스펙을 살펴 보면 우선 1,100 ANSI 루멘이라는 밝기가 눈에 들어 온다.
하급기인 H27이 850 안시였지만 상당히 밝은 편이었고 삼성 SP-H800BK가 800 ANSI, 샤프 Z12000이 900 ANSI로 밝다는 소리를 들으니 1,100이면 무척 밝다고 하겠다.
동급 제품으로 강력한 경쟁기라고 할 수 있는 삼성 SP-H500AK는 600 ANSI이므로 거의 두배에 가까운 밝기라고 하겠다.
입력 단자는 컴포넌트 단자, S 비디오, 컴포짓 단자가 각 1조, 그리고 D-Sub와 DVI-I 단자가 있다.
디지털 RGB뿐 아니라 아날로그 RGB도 수신되는 DVI-I 단자를 채택했을 뿐 아니라 DVI와 D-sub 단자 모두 컴포넌트 신호까지 입력이 된다는 것이 특기할 점이다.
DVI 단자를 디지털 영상으로 연결할 경우 HDCP를 지원한다.
사양에서 밝히기를 팬 소음은 28dB라고 했는데 확실히 조용한 편이며 램프의 밝기를 낮게하면 더 조용해진다.
컬러휠은 6분할 4배속을 사용해서 컬러 브레이킹 노이즈를 줄였다고 하는데 실제 감상중에는 거의 신경에 거슬리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설치 및 세팅
H57이 삼성 500AK같은 경쟁기에 확실하게 밀리는 대목이 있다면 바로 이 설치 및 세팅 부문일 것이다.
일단 렌즈 쉬프트가 안되기 때문에 사다리꼴이 안나오도록 정확하게 설치하려면 상당한 노가다가 필요하다.
특히 빛을 렌즈보다 상당히 위쪽으로 투사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스크린 높이에 맞추려면 바닥에 놓을 정도로 낮은 테이블에 올려 놓거나 천장에 거의 밀착 시킬 정도로 높게 달아야 한다.
이렇게 렌즈보다 위쪽으로 투사하는 것이 이상해서 혹시 렌즈 쉬프트 기능이 있고 누군가가 위로 올려 논 것이 아닌가 의심했을 정도이다.
H27의 메뉴를 보고 세세한데도 신경을 쓰는구나 했더니 그보다 고급 제품임에도 이런 중요한 점에서 무신경하므로 여기서는 일단 감점.
투사 거리는 H27보다 짧아서 약 350cm면 100인치가 가능하지만 필자가 테스트한 제품을 기준(아래 註 참조)으로는 투사거리를 가장 길게 잡고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유리하다.
거리를 짧게하고 줌을 최대로 키운 상태에서는 거리를 길게하고 줌을 최소로 한 것과 포커싱에서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같은 영상에서 이 정도로 포커싱의 차이가 난다면 기기 이상을 의심해야 할 정도이다.
프로젝터 구입에 속칭 ‘뽑기’ 운이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번 리뷰용 제품은 뽑기에서 ‘꽝’이 나왔는지 포커싱과 더불어 DLP는 물론 요즘 LCD에서도 흔치 않은 데드 픽셀 마저도 단 한 개지만 눈에 보였다.
필자가 구매할 것도 아니므로 그냥 참고 봤지만 프로젝터 구입할 때 데드 픽셀이나 렌즈 등에서도 ‘운’이 작용해서 ‘뽑아야’ 한다면 좀 으시시해지는 느낌이다.
이건 웬만해서 환불이나 교환이 안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포커싱의 편차와 데드 픽셀 등은 테스트 중인 제품만의 이상이었으면 하고 바라며 실제로 판매되는 제품은 이렇지 않을 것으로 믿고 싶다.
(註-필자가 프로젝터들을 테스트하면서 같은 모델을 고정된 브라켓처럼 똑 같은 위치에 설치하더라도 렌즈의 줌과 포커싱의 상관 관계가 상당히 편차가 나는 제품들을 많이 보아 왔다. 예를 들어 같은 제품인데 시리얼 번호 A는 동일 위치에서 끝까지 포커스 링을 끝까지 돌려야 제대로 초점이 잡히는데 시리얼 B는 중간만 돌려도 초점에 맞는 것과 같은 예이다)
다이나믹 레인지 및 그레이스케일
옵토마가 밝히는 사양에 따르면 On/off 명암비가 3000:1이고 실제로 요즘 제품들의 수치는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
명암비가 높게 나오도록 세팅을 하면 오히려 주장하는 3000:1보다 높게 나와 3140:1까지 나오는 것을 측정했다.
블랙 레벨과 화이트 레벨을 테스트 패턴을 사용해서 정확하게 맞추고 그레이스케일의 편차가 평탄하도록 컨트라스트를 조절한 후 측정했으며 램프는 저광량 모드로 놓아도 타제품에 비해 밝다고 하겠는데 Vivid나 Dynamic보다는 Cinema 모드가 영화 감상에 적합했다.
측정 결과는 1982:1(DVI 입력)이라는 대단히 뛰어난 수치가 나왔는데 필자가 측정한 경쟁기 삼성 500AK의 두 배에 가깝지만 사양서에서 2300:1이라는 겸손한 수치를 주장했던 저가의 자매기 H27보다는 오히려 낮게 나왔다.
ANSI 명암비는 약식으로 재서 186:1이 나왔는데 밝은 쪽 측정치는 거의 비슷한 반면에 블랙의 수치가 전체를 블랙 화면으로 띄울 때 비해 10배 정도 증가해서 on/off 명암비의 1/10 정도로 비율이 낮아졌다.
측정 수치에도 나타나듯이 명암비는 1년 제품들보다 확실하게 증가했으며 이는 블랙이 내려갔다기보다 밝기가 증가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각상 컨트라스트가 대단히 우수해졌다.
감마는 컴컴한 부분이 조금 가라 앉고 50-80 IRE 대역에서 미세하게 뜨면서 벗어나지만 거의 일정하며 평균적으로는 2.48로 2.5에 근접해 상당히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우수한 감마로 인해 상당한 밝기에도 불구하고 색이 날아가지 않고 깊은 색감을 유지하는데 이는 아래에 색감에서 다시 설명하겠다.
색온도 세팅을 6500K를 목표로 낮게 잡으면 그레이 스케일 역시 H27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대단히 평탄하고 우수하다.
전대역에 걸쳐 6450K에서 6510K 사이에 분포하며 따로 캘리브레이션이 필요없을 정도이다.
DVE의 타이틀 12, 챕터 14 같이 전대역을 계단으로 한눈에 볼 수 있는 패턴을 띄우고 육안으로 보면 스텝별로 약간씩 녹색조나 적색조가 도드라지는 부분도 보이지만 다른 제품들에 비한다면 대단히 양호한 퍼포먼스라고 하겠다.
색상
프라이머리 컬러의 색좌표도 자매기인 H27처럼 SMPTE-C(Rec. 601)나 HDTV(Rec. 709) 규정보다 넓다.
아래의 그래프에서는 안나오지만 마젠타나 옐로우, 사이언도 추가로 측정하면 휴(Hue)가 좀 더 틀어진다.
색이 약간 과포화되면서 실제보다 진하게 보이는데 <씨비스킷> 챕터 24의 립스틱 바른 입술은 평소보다 마젠타에 가까운 것처럼 짙게 보이며 자키들의 붉은 옷은 오렌지 기운이 약간 강해진다.
전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색이 강하면서 선명한 느낌으로 수채화보다는 유화를 보는 느낌에 가깝다.
위의 감마에서도 언급했지만 스크린에 따라 다르겠지만 램프를 저광량으로 해도 100인치 스크린에서 20fL가 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밝은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밝은 쪽 색감이 날아가지 않는다.
이는 감마가 우수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색영역이 넓고 과포화되는 이유도 있지 않나 생각된다.
감상
스크린을 반반씩 동시 투사하거나 바꿔 가면서도 테스트해 봤는데 마음에 드는 영상은 드라퍼의 하이 콘트라스트 그레이에서 90인치 정도로 투사하는 것이었다.
물론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가 스크린을 권한다면 OS까지도 갈 것 없이 저가형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퍼 하콘 그레이 정도면 충분해 보인다. 워낙 밝기가 좋으므로 그레이 스크린에서도 백색을 비롯한 다른 색에 별 문제가 없고 오히려 덜 강렬하게 보여 눈에 편했다.
색감이 약간 물빠진 듯한 NEC HT410이나 HT510 등에서는 화이트보다 그레이 스크린에서 색이 좀 더 짙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H57같이 오히려 너무 강한 색감을 지닌 상태에서는 그레이 스크린이 오히려 색감을 약간 빼주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경험했다.
H77에서도 불만이었던 것 처럼 포커싱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
위에서언급했듯이 줌 인 상태의 포커싱과 줌 아웃의 포커싱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그렇지만 일단 테스트 패턴이나 PC로 연결하고 문자 가독성 등을 보면 광학부는 우수한 편이 못된다.
일반 영상에서는 테스트 패턴이나 PC 윈도우 화면만큼 포커싱의 약점이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아서 그저 약간 소프트하구나 할 정도인데 용서 내지는 납득해도 좋을 수준이라고 하겠다.
HD의 영상은 당연히 DVD보다 좋지만 소프트함과 약간의 링잉으로 인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본다.
대신 HD든 DVD든 카메라가 좌우로 패닝하거나 자막이 좌우로 스크롤 될 때 떨리는 수준은 DLP 프로젝터 평균 정도이며 심하지는 않다.
DVE의 레스트랑 장면 데몬스트레이션에서 처음 웨이터가 디저트를 집을 때 카메라가 좌우로 움직이면서 약간씩 끊기지만 다른 DLP 제품에 비해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우측에 앉아 대화중인 여자의 볼 터치나 콧날을 보면 그라데이션이 약간 부자연스러움이 보인다.
물론 이것도 다른 제품(고급이건 저가형이든, LCD든 DLP든 막론하고)들에 비해 전혀 심한편은 아니며 디지털 프로젝터를 사용하면 무조건 받아들여야 할 정도라고 하겠다.
왼쪽에서 이야기하는 남자의양복을 보면 짙은 색임에도 불구하고 디테일이 잘 나타난다.
그리고 역시 색감이 짙고 깊어서 영상은 상당히 강렬한 편인데 밝기도 대단하므로 펀치력 측면에서는 점수를 따고 들어 간다.
때문에 <씨비스킷>이나 <언더월드>, <제5원소>같은 영화를 감상할 때 필름라이크하다는 표현보다는 마치 직시형으로 보는 비디오라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이 점은 분명히 취향 문제이므로 비난할 생각이 전혀 없다.
삼관 사용자나 하이엔드 유저라면 몰라도 일반인들에게는 분명히 이런 영상을 선호할 공산이 높고 또 그것이 나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쪽으로 영상 방향을 잡았다면 H57은 제대로 눈을 사로잡을 만한 그림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결론
H27이 120만원대라는 파격적인 가격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영상을 구현하는 것을 보고 옵토마의 다른 제품에도 큰 기대를 가지고 테스트에 임했다.
H57은 그 기대에 부응한 면도 있고 기대에 못 미친 면도 있어 하급기인 H27처럼 동급에선 거의 최강의 선택이 아닐까하는 추천까지는 좀 어렵다고 본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역시 삼성 SP-H500AK라고 할 수 있는데 500AK의 가격이 오히려 H57보다 30만원 정도 낮아진 시점이라 더욱 그럴 수도 있다.
일단 영상만 가지고 볼 때 색상의 정확도에서는 삼성에 좀 밀리지만 짙고 화사한 색감과 더불어 밝은 영상으로 펼쳐지는 다이나믹하고 펀치력있는 이미지는 이 가격대의 구매자에게 삼성에 비해 무엇보다 강렬한 어필이 될 수 있다.
내 생각에는 아마 올빼미 내지는 박쥐족 하이엔드 유저들이 아니라면 대부분 삼성보다 옵토마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제품 전체의 완성도면에서는 상급기 800BK, 700AK, 600AK와 동일한 껍데기를 가지고 거의 같은 내부 메커니즘을 채택한 500AK에 밀린다고 하겠다.
특히 렌즈 쉬프트를 비롯한 설치 및 세팅의 편의성, 정교함 및 조작성 등에서는 제품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더불어 삼성이 한 수 위라고 하겠다.
따라서 필자가 보기에는 이제 200만원대 중반 이하로 가격이 내려간 1024x576의 매터호른급 DLP 프로젝터를 지금 고른다면 옵토마 H57이나 삼성 500AK 중 입맛에 따라 어느 것을 고르더라도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제품 모두 단점이 없지는 않지만 장점이 단점을 충분히 덮을 정도는 되기 때문이며 그 외의 제품들에 비해서 확실히 우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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