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서 계속
해상도 및 스케일링 능력
사진 실력이 딸려 제대로 판단이 안되겠지만 아큐펠 HDG3000 시그널 제너레이터로 입력한 신호를 찍은 것이다.
아래 사진은 480i 신호를 입력하였을 때이며 루미넌스(흑백-Y에 포함) 신호는 맨 우측 최고 대역까지 풀어 내지만 Cb, Cr은 최고 대역에서 잘 풀어내지 못한다.
(왼쪽 처럼 번갈아 서 있는 Cyan, Magenta 라인을 풀어 내야 한다)
아래는 480p 신호인데 역시 480i와 동일한 수준이지만 Cb, Cr이 약간 더 선명하다.
다음은 720p 신호이며 가장 양호한 특성을 보인다.
가장 우측 최고역대에서 조금 흐려지며 루미넌스 신호에서 므와레가 조금 보인다.
보르도는 1080i가 720p에 비해 더 선명하게 보였던데 비해 브라비아 40S2000에서는 720p가 최적이다(물론 PC 입력의 1360x768은 빼고서...)
1080i 신호이다.
가장 우측 최고역대는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그냥 한 가지 색으로 보인다.
루미넌스 신호도 세로 방향의 선들을 표현하지 못하고 그냥 전체가 회색으로 나온다.
만약 외부 HD 소스 기기에서 1080i와 720p 출력 선택이 가능하다면 원 소스가 1080i라도 강제로 720p로 출력해서 비교해 보기 바란다.
기기 매칭에 따라 우열이 다르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컴포넌트 연결인 빅터 DH35000 VCR의 경우 1080i 디지털 비디오 에센셜 테이프를 그대로 1080i로 연결한 것과 강제로 720p로 뽑은 것의 차이는 무시할 정도 미미했다.
그러나 DVI-HDMI 연결인 티빅스 M5000U에서라면 소스가 1080i든 720p이든 무조건 720p로 뽑아 연결하는 것이 나았다.
대표적인 스케일링 아티펙트인 링잉의 경우 샤프니스 세팅을 10 이하로 설정하는 것이 깨끗했으며 초기 설정인 15 이상으로 올리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아래 사진은 차례로 480i 신호를 샤프니스 세팅 0(최저), 15(중간-초기설정), 30(최대)로 바꿔 가며 찍은 것이다.
480p도 거의 같은 양상이므로 사진은 생략했다.
480 신호에서는 샤프니스 15에서도 상당한 링잉이 보인다.
480i, 샤프니스 30
720p에서도 가장 깨끗한 것은 샤프니스를 0으로 최대한 낮췄을 때이다.
샤프니스를 차츰 올리면 좌측과 상단의 가장 가느다란 선부터 세로선은 좌우로, 가로 선은 상하로 밝은 링잉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필자 생각에는 그냥 0으로 놓거나 올리더라도 최대한 9를 넘지 않기를 권한다.
1080i 신호 역시 샤프니스를 최소로 낮춰도 링잉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아래는 샤프니스 15인 상태이다.
영상 시청
영상 시청은 ‘커스텀 모드’에서 색온도를 ‘Warm 1’으로 놓고 샤프니스는 0-12 사이에, 그리고 블랙 레벨(Brightness)는 40-53, 그리고 화이트 레벨(Picture)는 80-100(Max), 컬러(색농도)는 45-65, 휴(색조) R5-G3 사이에서 약간씩 조절하며 시청하였다.
HDTV
작년 말 브라비아 V 시리즈의 잡지 리뷰 때 가장 실망한 것은 HD 튜너 부문이었다.
LG를 비롯한 국내 셋탑박스의 방송 안내 등 편리한 EPG 기능에 익숙한 입장에서 볼 때, 미국 튜너를 거의 그대로 탑재해 아무런 부가 기능이 없는 소니의 디지털 튜너는 아쉬웠다.
너무 선명도를 올린 듯 윤곽선 부분의 자글거림과 빠른 동작에서 블록이 생기거나 영상이 거칠어지는 점, 그리고 국내 셋탑에 비해 느린 채널 변환도 역시 감점 요인이었다.
필자 생각에 튜너 부분은 이번 S 시리즈에서도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방송 안내가 채널 변환때마다 디스플레이되는 Info Banner는 켜 놓으면 거슬리기만 할 뿐 아무 도움되는 내용이 없으므로 이 기능은 꺼 버릴 것을 권한다.
그러나 브라비아 엔진의 영상 처리 능력이 V 시리즈보다 향상되었기 때문인지 HD 방송의 화질은 전 모델에 비해 상당히 개선되었다.
특히 색감이 상당히 안정적이다.
컬러 바 패턴과 블루 필터를 사용해서 색 농도와 색조를 맞추면 Color는 60 정도, Hue는 R3 부근에서 맞는데 실제 이 세팅으로 보면 농도가 너무 짙거나 피부색이 너무 붉은 현상이 있으므로 차라리 그냥 초기 설정인 50, 0이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블루 필터를 통한 이 세팅으로 HD 방송을 보면 거의 맞아 떨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컬러를 45-48 정도로 약간 빼줘도 어떤 장면에서든 상당히 깊고 자연스러운 색감이 나온다.
전작 V 시리즈나 삼성 보르도의 경우 어두운 장면의 색은 너무 짙어지고 밝아지면 색이 날아가는 현상이 있었다.
때문에 약간 어두운 장면에서는 사람의 얼굴이 술취한 듯 뻘건 느낌이 들다가도 밝아지면 오바이트를 끝낸 후 창백해지거나 마치 밀랍 인형 같은 피부색으로 바뀌기도 했다.
그러나 40S2000은 이런 현상이 거의 없다.
이것은 V 시리즈나 보르도가 영상의 컨트라스트를 강조하려고 감마를 왜곡하다 보니까 생긴 현상이라 생각되는데 S 시리즈의 감마 설정은 CRT와 비슷한 특성을 가져 자연스럽게 된 것 같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계조 표현이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테스트 패턴의 밴딩이나 실제 영상의 동영상이 거의 감지되지 않는 수준의 매끈한 계조라고 하겠다.
그리고 CRT 수준에 비하면 2% 부족할지 몰라도 암부의 디테일이나 밝은 쪽이 무너지지 않고 자연스러운 계조가 유지된다.
이는 Picture(화이트 레벨)세팅을 Max인 100까지 올려도 클리핑이 안 일어나며, 암부의 경우도 밝기의 초기 설정 ‘50’이 다소 암부가 뭉쳐 보인다면 52-53 정도로 올려 2%나 4% 그레이를 구분할 정도로 맞춰도 될 것 같다.
즉 노출을 과다하게 잡은 것처럼 밝은 쪽에 클리핑이 일어나거나 노출 부족처럼 암부의 계조가 떡이 되는 현상이 40S2000에는 거의 없다고 하겠다.(물론 원래 촬영이 그렇게 되었다면 할 수 없지만...)
단지 디지털 채널이라도 SD 방송일 경우는 블랙이 뜨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때는 40 가까이 낮춰도 볼만한 영상이다.
이것은 원래 LCD, DLP, PDP 같은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블랙에서 약간 밝아진 신호가 치고 나오는 것이 CRT보다 빠른 특성이 있는 것도 한 이유이다.
때문에 CRT에 비해 DC Restoration 문제같은 것에서는 유리한 반면 블랙보다 약간 밝은 부분이 ‘상당히’ 밝게 보일 수 있다.
즉 HD 방송과 SD 방송의 블랙이 다르다면 같은 세팅으로 볼 때 SD 영상은 속칭 ‘블랙이 상당히 떠’보이거나 색감이 씻겨 나간 듯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
윤곽선 부분도 V 시리즈나 보르도보다 훨씬 부드럽다.
여기서 부드럽다는 말은 선명하다는(Sharp) 것에 반대 개념인 soft하다는 뜻이 아니라 선명하면서도 smooth하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가까이서 봐도 윤곽선 부분이 지글거림이 적고 깨끗하면서도 선명함을 유지한다.
빠른 영상에서 블록이 보이거나 영상이 거칠어지는 현상도 V 시리즈, 보르도보다 양호하다.
어두운 부분이나 색이 짙은 부분에서 지글거림 역시 CRT 수준에는 못 이르지만 LCD, PDP 치고는 거의 우수하며 통상 시청 거리에서는 거슬릴 일이 없어 보인다.
마침 TV에서 HD로 드라마를 방송해서(요즘 방송 3사에서는 밤 10시 대의 드라마를 모두 HD로 하고 있다. 무슨 드라마인지는 잘 모르겠고 채널도 마구 돌리면서 봤다) 안방의 소니 36인치 브라운관과 40S2000를 바로 비교해 보았다.
드라마를 시청중인 마누라를 거실로 몰아 내고 시청실과 안방을 뛰어 다니며 번갈아 보니 색감쪽은 여전히 브라운관이 자연스럽지만 선명도나 펀치력에서는 브라비아가 나아 보였다.(물론 한 쪽이 압도적이지는 못했고 소니 브라운관은 구형 외부 셋탑을 컴포넌트로 연결한 영상이었다.)
결론적으로 HD 방송의 화질만 논한다면 필자의 소니 36인치 브라운관보다 매력적인 영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SD 방송
요기에서는 차이가 좀 벌어진다.
디지털 채널에서 HD 방송 시간 외에 SD 방송을 업컨버팅해서 송출하는 신호는 CRT 브라운관만은 못해도 봐 줄만 하다.
하지만 유선 방송 등 아날로그 채널을 비교하면 색감이 상당히 빠지며 소프트해지고 멍청한 화면이 된다.
때문에 아날로그 방송의 초기 설정은 블랙이 상당히 낮춰져 있고 색농도는 올려져 있다.
아날로그 채널과 디지털 방송의 차이는 물론 브라운관도 마찬가지지만 그보다 더 벌어지며 화면에 디스플레이하기 위해 디지털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아티펙트도 많아진다.
특히 브라운관에 비해 SD 방송의 블랙이 깊지 못한 느낌이 드는 것은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특성상 어쩔 수 없고 블랙 레벨(Brightness)를 약간 내려서 보면 좀 나아진다.
하지만 브라운관에 비해 그렇다는 말이지 LCD나 PDP끼리 비교하면 여전히 우수한 편이라고 할 수 있는 아날로그 방송 재생이다.
외부 HD 소스
HD 타이틀은 티빅스 HD M5000U에 내장된 하드 디스크에서 TS 파일을 DVI-HDMI 어댑터를 사용해서 시청했으며 빅터 DH35000 VCR로 D-VHS 테이프를 컴포넌트 출력을 통해 감상했다.
아울러 LG 3430 셋탑에 녹화되었던 영상은 DVI-HDMI 어댑터로, 그리고 PC의 MyHD나 곰플레이는 RGB로 PC 입력단에 연결해서 시청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단히 뛰어나다고 하겠다.
‘반지의 제왕’, ‘제5원소’ 등 실사 영화 타이틀의 경우 어두운 장면에서 CRT에 비해 노이즈나 지글거림이 약간 거슬리지만 통상 거리에서는 감지되지 않을 정도이며 전체적으로 우수한 영상이고 흑백인 ‘씬 씨티’도 만족스러웠다.
반면에 ‘인크레더블’,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 주식회사’, ‘엘 도라도’, ‘신밧드 7대양의 전설’ 같은 애니메에션은 약간 과장하면 정말 그림을 직접 보는듯한 선예감을 보인다.
이러한 애니메이션 타이틀이라면 색의 정확도나 명암비, 그레이 스케일 등을 따질 필요 없이 CRT보다 40S2000으로 보기를 선호할 것 같다.
특히 ‘엘 도라도’나 ‘신밧드’ 같은 쎌 애니메에션은 가히 압권이다.
이 제품을 많이 팔려면 매장에서 이러한 쎌 애니메에션을 데모용으로 많이 틀면 될 것 같다.
참고-이 부분은 테스트 중에 게시판에 잠깐 논의가 있었으니 참조하길 바란다.
http://hifinet.co.kr/index.php?/forums/viewthread/352/
외부 SD 소스
DVD 이외의 VHS나 LD 등 소스는 테스트하지 않았다.
게으른 필자의 귀차니즘이지만 소위 환자급 매니아들도 요즘 등한시하고 있는 포맷들을 ‘테레비’의 테스트에까지 하라고 요구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테스트한 HD 소스들과 동일한 DVD 타이틀들을 주로 비교 시청하였다.
DVD 플레이어는 480p, 720p, 1080i의 신호로 출력해 비교해 본 결과 720p로 업스케일링한 영상이 가장 좋았다.
480i/p 신호를 입력하고 브라비아 엔진의 스케일러를 통해 구현되는 영상은 링잉이 과다하게 발생하므로 주로 HDMI로 720p 신호로 넣어 테스트했다.
만약 내장 스케일러가 좋은 제품이라면 480i/p로 넣는 것이 좋겠으나 480p->720p->768p의 더블 스케일링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720p가 가장 좋았고 그 다음은 1080i 입력이었다.
따라서 이 TV를 사용한다면 양호한 수준의 업스케일링 DVD 플레이어를 매칭하기를 권한다.
DVD 재생의 능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CRT보다 확실히 못하다.
<인크레더블>이나 <니모>같은 애니메이션에서는 상당히 좋은 영상이 나오지만 실사 필름 타이틀에서는 색감이나 선명도에서 HD에 비교해 상당히 밀리며 화면의 투명성에서도 격차가 크다.
‘스타워즈 에피소드3’ 같은 레퍼런스급 타이틀은 실사 영화라도 HD 카메라도 찍어서인지 상당히 우수했지만 ‘제5원소’ 수퍼비트 버전 등은 HD에 비해 확실히 선예감, 투명도, 노이즈, 색감에서 차이가 나는 한편 CRT와도 비교하기 어렵다.
오디오 제품 리뷰에서 소스의 단점을 사정없이 까발리는 제품을 흔히 모니터적 성향이라고들 하는데, 40S2000도 우수한 퀄리티의 DVD 타이틀에 비해 수준이 좀 떨어지는 타이틀은 CRT에 비해 격차가 많이 벌어진다.
그러나 ‘모니터적’이라서기 보다는 LCD같은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성향이라고 하겠다.
이 점은 CRT가 좋은 영상이나 나쁜 영상이나 다 같이 두리뭉실 평준화시킨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날로그 디스플레이 방식의 자연스러움이 그저 그런 화질의 소스들마저도 보완시켜 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즉 화질이 좀 떨어지는 타이틀들은 CRT에 비해 자연스러움에 밀리고 아티펙트도 많이 보인다.
그러나 이 부문 역시 CRT에 견줄 때 이야기이고 같은 LCD TV끼리 비교하면 우수한 수준임을 밝혀둔다.
결론
1. 내공과 초식(웬 무협지?)
필자는 결코 소니 옹호자가 아니며 오히려 삼성 프로젝터에 대한 호평으로 말미암아 친 삼성 계열이라는 공격까지 받은 바 있다.
또한 소니가 TV 부문에서 사양길로 접어 들 때 삼성이나 LG 등 국내 기업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것에 한국인으로서 자부심도 느끼고 있다.
조 케인의 컨설팅을 받아 개발한 프로젝터가 삼성으로선 그야말로 ‘돈 안 되는 사업’이었다.
자동차 회사가 포뮬러 1 레이싱 팀을 운영하는 것 같이 브랜드 가치와 기술력 향상을 위한 ‘돈 먹는 하마’였다면, LCD TV 등 가전 제품은 그야말로 총력을 쏟아 부어야 하는 주력 시장인 셈이다.
삼성의 LCD TV가 결혼 시즌에 월드컵 특수를 앞두고 출시 몇 주만에 수만 대 팔려 나갔다는 소식이 9시 TV 뉴스에까지 나오니 몇 십대 팔면서 전전긍긍하는 프로젝터와는 아예 시장 크기가 다르다고 하겠다.
삼성은 디스플레이 패널 제작은 물론이고 반도체 부문, 기술력, 자금력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고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즉 기술력을 무협지식으로 ‘초식’으로 표현한다면 삼성은 대단한 경지에 이른 고수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같은 LCD 패널을 사용하고서도 삼성의 보르도와 소니의 브라비아S는 확실히 다른 영상이 나온다.
소니는 브라운관에 매달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쪽박을 찰뻔한 지경까지 몰렸었다.
그러다가 다시 살아 보겠다고 S-LCD로 삼성과 합작해 한국에서 패널 받아다가 ‘부랴부랴’ 브라비아라는 라인업으로 뒤 늦게 열을 내고 있다.
따라서 소니가 LCD TV를 신경 쓴 것은 얼마 안되었고 이번 제품은 그 브라비아의 겨우 두 번째 세대라고 할 수 있다.
PDP나 LCD 시장에서 삼성이나 LG가 소니보다 얼마나 앞서 있었다고 알려졌는지 생각해 보라.(물론 크기 경쟁이 주였지만...)
그러나 이러한 우위는 첫 번째 브라비아로 비슷하더니(튜너가 후져서 문제지 화질과 안정성은 이미 브라비아 V 시리즈도 보르도보다 앞섰었다) 두 번째 라인업의 출시로 바로 뒤집어질 정도밖에 안되었던가 말이다.
소니는 브라비아로 다시 일어나 보려고 그 동안 자신들이 쌓아 온 내공과 초식을 모두 쏟아 부은 것 같다.
한 마디로 영상 기본에 대해 축적된 내공의 깊이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다 같이 비슷한 PDP 패널을 가지고 제품을 만드는데 그 중 왜 파이오니어 PDP가 최고라고 찬사를 받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니는 과거 ‘비표준’적인 과장된 색감과 소비자의 눈을 끌기 위한 소니만의 영상으로 ‘표준’ 지지자들의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또한 그러한 영상 튜닝을 다른 브랜드들에까지 전파시킨 ‘원흉’ 중 하나이기도 하다.(전파시키고 싶어서 한게 아니라 다른 회사들이 따라했기 때문이지만...)
하지만 소니가 영상의 기본을 몰라서 그랬던 것이 아니다.
전 세계의 방송용, 프로용 기기의 절대 다수를 공급하는 소니이니 만큼 영상 기본에 대한 ‘확실한’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타도 소니’, ‘소니 추월’만을 목표로 뛰어 온 많은 국내 기업들은 그들의 껍데기만 베끼기에 바빠 그 기본이 되는 내공 쌓기에는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든다.
이것은 물론 엔지니어들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진의 마인드 때문일 수도 있다.
천박하고 알록달록한 색이 더 좋은 줄 알고 우리 테레비가 더 빨갛게 나와야 한다며 그렇게 만들라고 한다면 엔지니어들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까라면 까야지.
즉 전통과 내공은 기술진뿐 아니라 꼭대기 경영진의 자질에도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국내 기업에서 ‘온전한 영상 개념’으로 물건 만들겠다고 해서 결재가 잘 나겠는가 말이다.
돈 안되면 더 윗사람한테 깨질텐데 말이다.
때문에 하이엔드 업체들은 대기업보다 이런 관료주의적 경직성에서 좀 더 자유로운 중소 기업에 많다고 하겠다.
하지만 소니는 왕년에 기술진이 올라 가서 경영진에 있는 사람도 많고 영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전문가가 많다는 것이 차이가 난다.
한 마디로 잘 나가는 신흥 문파는 아니지만 오랜 전통을 가진 명문 대파란 말이고 썩어도 준치라는 말도 적용된다.
몇 년 전에 하이비에 브라운관 HDTV 4종을 비교 평가한 적이 있었다.
소니의 DW 모델과 삼성, 대우, 아남의 네 종류였는데 소니 DW가 ‘괜찮은’ 제품이었다면 국내의 세 제품은 거의 ‘쓰레기’급이었다.
역시 다 거기서 거기지 그 화질이 그렇게 차이가 나냐고 반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그 중 한 국내 대기업은 하이비에 광고를 끊어 버렸다) 필자가 보기엔 하늘 땅 차이였고, 그것을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의식과 안목 때문에 그렇게 개판인 제품들이 나오는 것이었다.
국내 기업이 영물의 내단이나 만년설삼 같은, 한꺼번에 내공을 급증시킬만한 영약을 얻지 못한다면, 아직 완전치 못한 ‘다이나믹 컨트라스트’, 가시적인 효과가 별로 없는 ‘몇 조 몇 천억 컬러’ 등을 내세운 꼼수 초식으로는 면면히 쌓인 내공의 벽을 결코 넘어서지 못할 것 같다.
무협지에서도 그러한 기연을 얻으려면 절벽 같은데서 떨어지거나 죽음에 임박해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당장의 매출에서 피 보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절벽에서 떨어질 각오로 제품을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돈도 많은 회사들인데 말이다.
결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나쁘다는 소리가 아니다.
베가 엔진이든, 브라비아 엔진이든, 혹은 DNIe, XD 엔진이든 다 좋고, 열심히 연구해서 새롭고 독특한 기술과 초식을 개발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단기간의 매출 실적을 위해서 ‘어린 백셩’의 눈을 끌기 위한 꼼수에 주력하면 그 발전하는 방향은 바람직하지 못할 수 있다.
모든 일에는 기본이 탄탄해야 한다.
영상의 기본이 무엇이고 좋은 영상에 대한 철학과 개념을 확립하고 나서 이것 저것 다양하고 자잘하게 시도해 보는 것은 좋다.
바로 여기에서 DNIe와 브라비아 엔진의 차이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어쩌면 소니는 브라비아에서 아직 다이나믹 컨트라스트(삼성의 다이나믹 디밍)을 적용할 능력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어쨌든 부서는 다른지만 프로젝터에서는 HS50으로 가장 잽싸게 다이나믹 아이리스를 채택했고 이후 VW100, HS60에서도 열심히 사용중이다)
아니면 현재 기술로 다이나믹 컨트라스트를 사용해 봤자 그냥 지금처럼 고정으로 만드는 것에 비해 부작용이 더 크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결국 같은 패널을 쓰는 보르도와 브라비아 S의 영상 차이는 영상 처리 능력 때문이라고 하겠고 그 저변에는 영상에 대한 접근 방향 차이라고도 할 수 있어 보인다.
무협지에서도 마도의 무공은 속성이지만 한계가 있고 정파의 무공은 익히기 어렵고 오래 걸리지만 꾸준히 익히면 상승의 경지에 오른다고 하지 않던가 말이다.
2. 경쟁력
브라비아의 첫 제품 V 시리즈는 미국에서 따지면 XBR 모델로 S 시리즈보다 상위 모델이고 값도 비싸다고 이미 언급했다.
그러나 ‘화질’만 놓고 봤을 때는 확실히 역전된다.
SXRD 프로젝터인 퀄리아 004와 후속 하위 기종인 VW100에서, 그리고 AV 앰프 TA-DA9000ES와 역시 하위 기종인 TA-DA7000/7100ES에서와 같이, 먼저 상급기를 구입한 고객을 물 먹이는 마케팅 행태가 소니에서 요즘 빈번하다.
물론 소니만 그렇다고 하기 어렵고 기술의 발전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하이파이’ 아날로그 오디오처럼 하이엔드 고객을 보호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몇몇 속 쓰린 사용자들은 몰라도 다수의 예비 구매자들은 좋은 제품 싸게 나오는 것에 환호할 것이다.
소니 브라비아 V 시리즈를 구입한 사람들에게 미안하더라도 필자 판단으로는 S 시리즈가 분명히, 확실하게 더 좋다.
역시 별 차이 아니라고 무시하기를 바라는 사람도 많겠지만 작은 차이들이 모이면 제품의 가치는 전혀 다르게 나온다.
하지만 ‘뽀대’는 여전히 구 제품이 더 좋으니 그것으로라도 위안을 삼으시기를...
구매 예정 후보의 상대가 삼성 보르도라면 필자의 보르도 리뷰 를 다시 한번 읽어 보기 바란다.
보르도가 뽀대에서 한참 앞선다.
보르도에 비한다면 40S2000은 싸구려같이 보일 정도이다.
그리고 삼성이 HD 방송 채널 변환 시간이 약간 빠르며 EPG 같은 정보 표시도 훨씬 좋다.
소니의 튜너는 EPG는커녕 그냥 HD 방송을 볼 수 있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부가 기능이 없다고 하겠다.
하지만 거기까지...
화질에서 보르도와 브라비아S는 리그가 다르다.
물론 AA나 싱글 A급 마이너리그팀도 메이저리그 올스타팀과의 경기에서 이길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한두 게임 승패를 떠나서 그들 사이에는 분명하고도 확실한 격차가 존재한다.
브라비아 40S2000이나 보르도 LN40R71BD나 거기서 거기라고, 혹은 이 정도 화질 차이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어디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리뷰의 본문을 다시 읽기 바란다.
패널이 같으므로 측정치는 두 제품이 비슷하다.
하지만 실제 보이는 영상은 다르다.
따라서 매장에서 나란히 틀어 놓은 영상으로 섣불리 판단하지 말기 바란다.
3. 요약
이 제품의 단점은 역시 디자인이다.
요즘은 중소기업 제품도 예쁘게 나오는데 소니 같은 회사가 이렇게 ‘대충’ 디자인한 것은 아쉽다고 하겠다.
소니가 기울면서 엔지니어들은 자르지 못하고, TV의 디자인 부서만 대폭 감원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요즘 소니 TV들은 모양이 예전만 못하다.
그리고 정말 ‘기본적인’ 튜너에 대해서는 더 말하기도 싫다.
튜너가 전작 V 시리즈보다 나아진 점은 없어 보인다.
다만 영상을 구현하는 TV의 회로가 개선되어 전보다 좋은 영상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전체적인 화질...이것 만큼은 뛰어나다.
대표적으로 색감, 계조, 동영상 처리에서 이 제품은 다른 LCD TV들을 앞서간다.
필자가 이 차이를 내공과 연륜, 영상 철학의 차이로까지 몰고 간 것은 좀 오버한 감이 없지 않고 단순히 삼성 DNIe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 제품은 CRT 옹호자인 필자를 꽤 납득시켰다.
즉 CRT를 제외한 LCD, PDP 등 모든 평판 직시형 TV중에서는 현재로는 최고의 화질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CRT 영상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평판형의 장점을 간직한 제품이라고 하겠다.
앞선 브라비아 V 시리즈나 보르도 리뷰에서는 LCD TV의 수준에 맞춰 비교 평가했고 CRT와의 맞짱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40S2000은 ‘화질’만 가지고 충분히 ‘좋은’ CRT TV와 장단점을 비교할만한 수준이다.
대략 2.5미터 이상만 떨어져서 본다면 부담되는 덩치의 CRT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이다.
테스트를 마치며 삼성의 패널과 디자인, LG의 디지털 튜너를 가지고 소니가 영상을 세팅했다면 정말 걸작이 탄생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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