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손의 ‘드리미오’ 시리즈의 막내였던 TW10H의 후속으로 TW20 LCD 프로젝터가 출시된다.
TW20은 DLP에 대한 반격의 전열을 가다듬고자 결성한 3LCD 진영의 핵심 멤버 엡손이 100만원 이하의 저가형 시장에서 교두보를 구축하기 위한 제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LCD 패널은 TW10H보다 한 세대 나중 제품이지만 상급기 TW600같이 D5 패널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규격
설치
설치 문제에 있어서는 모든 기종을 통틀어 가장 쉬운 제품 가운데 하나이다.
렌즈 쉬프트가 있고 없음에 따라 설치의 융통성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인데, 상하좌우 렌즈 쉬프트까지 지원하며 투사 거리마저 대단히 짧다.
2미터면 80인치 화면이 나오고, 2.5미터 투사거리에서 100인치를 볼 수 있다. 좌우 렌즈쉬프트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스크린 중앙에 프로젝터를 위치시킬 필요도 없으며, 여기저기 가지고 다니면서 아무데나 올려놓고 급하면 그냥 벽에다 투사할 수도 있다.
게다가 야외에서 사용할 때는 아쉬운 대로 프로젝터의 스피커로 사운드까지 들을 수 있다.
스피커뿐만 아니라 DVD 플레이어까지 달려 있는 옵토마 무비타임 DV10도 비슷한 기능이다.
하지만 렌즈 쉬프트를 지원하지 않으며 투사 거리가 TW20보다 길기 때문에 설치 융통성에는 TW10의 우세라고 하겠다.
따라서 설치는 대충 스크린 앞쪽 적당한 거리에 놓고 줌과 초점을 조정하면서 렌즈 쉬프트를 돌려 맞춘 후 바로 감상하면 된다.
세팅
세팅도 거의 필요 없다.
별로 조절할만한 항목도 없지만 이런 제품에는 조절 항목이 많으면 오히려 복잡하기만 할 수도 있다.
이미 초기 설정에서 블랙 레벨, 화이트 레벨, 그리고 색상이 거의 맞으므로 그냥 <다이나믹>, <거실>, <자연색>, <영화>, <극장1, 2>의 6가지 영상 모드 중에서 자신의 취향과 상황에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항목이 있어도 하이엔드 제품처럼 맞출 수도 없지만 엡손에서 출시한 초기 설정은 우수하다고 하겠다.
한마디로 그냥 대충 놓고 전원과 영상 기기에 연결해서 틀면 꽤 양호한 영상이 나오므로 일반 사용자들이 사용하기에 편한 제품이다.
다만 백라이트가 안 되는 야광 리모컨은 불만이다.
측정 및 평가
명암비
엡손이 발표한 사양에 따르면 1,000:1의 Full On/Off 명암비를 가진다고 하나, 필자가 측정한 바에 따르면 최대 800:1이 나온다.
물론 백색의 계조가 구분이 안될 정도로 화이트 레벨을 올리면 1,000:1이 될 수도 있지만 암부와 밝은 쪽의 계조가 제대로 구분되도록 블랙 레벨(밝기 )와 화이트 레벨(명암 )을 맞춘 후에 측정한 것이다(주-사실 맞췄다고 하기도 뭣한 것이 밝기와 명암의 초기 설정인 ‘50’ 그대로였고 체크만 했다. 밝기의 경우 48-49로 놓을 수도 있지만 명암은 52를 넘기면 가장 밝은 쪽에서 클리핑이 일어난다 ).
<자연색>모드에서 796:1로 최대이고, <다이나믹>이 641:1, <거실>은 473:1, <영화> 628:1, <극장 1> 775:1, <극장 2>가 696:1로 측정된다.
엡손 TW600은 오토 아이리스를 써서 블랙을 읽을 때는 조리개를 닫고, 화이트를 읽을 때는 조리개를 열기 때문에 <다이나믹>이 가장 높게 나왔지만 TW20처럼 고정된 아이리스에서는 <자연색>보다 <다이나믹>의 광량이 두 배 가까이 밝아지면서 블랙은 두 배가 넘게 밝아지고 명암비는 낮아진다.
외광이나 조명이 있는 상태라면 <다이나믹>이나 <거실> 모드를 사용해도 좋겠지만, 암막 상태에서 감상할 때는 <자연색>과 <극장 1>의 두 가지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권한다.
<자연색>보다는 <극장 1>이 팬 소음이 낮게 줄어들고 밝기도 적당하므로(여전히 밝은 편이지만 ) 필자는 이것으로 주로 감상하였다.
색상
TW600과 마찬가지로 sRGB나 SMPTE 표준 ITU Rec. BT 601, BT709보다 넓은 색 영역을 가진다.
재미있는 것은 엡손의 브로셔에는 그린은 sRGB와 비슷하고 블루와 레드쪽이 확장된 것처럼 소개하는데, TW600과 마찬가지로 TW20도 그린쪽도 넓다는 것이다.
그레이 스케일 트랙킹
20-30 IRE가 6,200-6,300K로 약간 낮지만 40-100 IRE는 6,400K-6,500K 사이에서 대단히 평탄하다.
게인이나 옵셋 조절 항목이 있다 하더라도 더 맞출 필요성을 못 느낄 정도로 잘 맞는다. 평균 감마는 2.0 정도로 좀 낮게 잡힌 편이며 덕분에 암부의 계조 구분이 너무 잘될 정도로 밝은 편이다.
30 IRE 이하의 밝기는 조금 더 가라앉혔으면 영상의 펀치력이 살아났을 것 같다.
기타 체크 사항
팬 소음은 <극장>모드에서 보면 조용하다.
<자연색>, <다이나믹> 등으로 모드를 바꾸면 광량이 증가하면서 팬이 돌아가는 소리도 올라간다.
오버스캔은 DVD 영상이나 HD 영상에서 상하좌우 모두 4%씩 잘린다.
상급기 TW600처럼 오버스캔을 끌 수 없고 비율을 바꿀 수도 없다.
2.35:1 화면비의 <제5원소>를 보면 4% 오버스캔 덕분에 아래 위의 검은 바(Bar) 영역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필자는 DVD를 볼 때는 거의 0%로 감상하며 HD 방송을 볼 때 상하나 좌우에 잡스러운 테두리가 보이거나 선들이 지글거릴 경우에만 2% 이하의 오버스캔을 선호한다.
어쨌든 필자 기준으로 2.5% 정도면 모르겠는데 4%면 좀 과한 것 같다.
유니포미티는 정말 뽑기라는 말이 맞는가 보다.
흰색 이외의 붉거나 푸른 기운이 화면에 보이는 문제라면 필자가 테스트한 TW20은 의외로 지난번 리뷰했던 TW600보다 더 좋다.
렌즈를 써도 TW600이 더 좋은 것을 썼고 LCD 패널도 더 좋을 텐데, TW20의 유니포미티는 여태껏 보아 온 LCD 중에서 최고 수준에 가까운 유니포미티이다.
물론 이것은 LCD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며, 스크린 전체에 걸쳐 핫스팟이 얼마나 생기고 중앙과 가장자리의 밝기 차이를 뜻하는 원래 의미의 유니포미티라면 TW600만은 못해도 양호한 편이다.
상하뿐 좌우 렌즈 쉬프트까지 지원해서 그런지 핫스팟이 중앙에 오지 않고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
필자가 맞춘 상태에서는 왼쪽이 밝고 우측이 약간 어두웠으며, 양쪽 가장자리 부분 약 5%에 푸른 기운이 아주 미세하게 보이지만 화이트 화면 이외에서는 감지하기 힘들다.
렌즈 포커싱, 색수차, 패널 얼라인먼트는 TW20의 약점이다.
이 제품의 가격을 고려할 때 나쁜 렌즈를 썼다고는 할 수 없지만 TW600의 포커싱도 그다지 고무적이지 못했는데 그보다 확실히 떨어진다.
문제는 이것도 ‘뽑기 운’인지 아니면 전 제품에 공통되는지 모르겠지만 패널 얼라인먼트도 좌우로 틀어져 있다.
‘서클 해치’ 테스트 패턴을 띄우고 스크린에 가까이 서서 관찰하면 푸른빛이 비교적 또렷하게 아래쪽으로 한 픽셀 두께로 선을 따라 보이는 것은 색수차지만 좌측으로 레드가 1-2픽셀 흐리게 삐지는 것과 우측으로 그린이 1-2 픽셀 삐지는 것은 패널 각도가 안 맞은 문제가 더해진 것 같다.
<제5원소> 오프닝에서 흰 타이틀이 나올 때나 자막 등에서는 CRT의 컨버전스가 안 맞은 듯 색이 삐지는 것이 시청 거리에서도 감지된다.
따라서 낮은 해상도에다가 렌즈의 포커싱과 더불어 색수차, 패널 컨버전스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 영상 자체가 소프트하게 보인다.
어쨌든 테스트한 제품이 완전히 정상은 아닌 것이 아무리 사용해도 램프 사용시간이 0 시간에서 올라가지 않는다.
격자감은 필 팩터(Fill Factor)가 낮은 LCD의 특성상 같은 해상도의 DLP 프로젝터보다 많이 보인다.
그러나 격자는 많이 보이는 대신에 사선이나 원에서 계단이 보이는 것은 덜한 편이다.
이것은 격자 간격이 넓어지면서 픽셀 사이즈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100인치 스크린에서는 거슬릴 정도이며 80인치 스크린에 최소 3미터는 떨어져서 감상해야 속칭 모기장 속에서 보는 듯한 느낌이 덜 할 것이다.
스캔 라인 아티펙트는 TW600의 테스트에서 전혀 감지를 못할 정도라 감탄했었는데, D5 패널만의 개선점인지 TW20에서는 여전히 보인다.
물체가 움직이는 부분에서는 어김없이 마치 인터레이스 TV의 주사선처럼 가로로 선들이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TW600처럼 D5 패널을 채택하지 않은 다른 제품들에 비해 심한 편은 아니다.
DVD 감상
<디지털 비디오 에센셜>의 동영상 데모를 보면 색감이나 영상의 펀치력이 생각보다 뛰어나다.
블랙 배경에 식물이 자라는 CG 장면에서 흑색 표현도 양호하며 타임 스퀘어의 뉴욕 야경도 좋다. 단지 이미 언급했듯이 같은 해상도의 DLP 프로젝터보다 선명함이 부족하다.
480i 소스의 디인터레이싱 능력을 테스트하려고 <구 비디오 에센셜>의 동영상 몽타주를 재생해 봤는데 녹색 나뭇잎들이 클로즈업될 때 자글거림도 없고, 스타디움의 관중석에서도 므와레 현상도 별로 나오지 않는다. 성조기가 펄럭이는 장면은 계단 현상이 나타나며 프로그레시브로 입력한 것에 비해 상당히 소프트하고 투명도가 떨어지는 영상이다.
따라서 DVD를 감상할 것이라면 꼭 프로그레시브 출력이 가능한 DVD 플레이어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야마하나 소니의 20만원대 DVD 플레이어라면 좋은 궁합이라고 하겠다.
HD 감상
HD 영상은 DVD와 같은 480p로 다운시켰음에도 불구하고 DVD보다 좋다.
TW600에서도 느꼈지만 엡손의 스케일링 능력은 매우 뛰어난 것 같다(TW20은 PixelWork사의 최신 프로세서를 쓰는 모양이다 ).
물론 이것은 정상적인 현상이고 같은 해상도로 낮춰서 봐도 HD가 DVD보다는 좀 더 노이즈가 적은 투명도와 깊고 자연스러운 색감을 보인다.
영상에 관심 없는 일반인이라면 같은 해상도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디테일하고 샤프한 영상이다.
HD용 테스트 패턴을 띄우고 보면 여전히 DVD와 동일한 포커싱과 색수차, 패널 컨버전스지만 실제 시청 거리에서 감상할 때는 이것마저 개선된 듯한 느낌이 든다.
<엡손 데모 영상>과 <제5 원소>, 그리고 <씨비스킷>을 HD로 감상했는데, 역시 해상도의 차이 때문에 다른 고해상도 프로젝터에 비해서는 확연하게 소프트하다.
그러나 DVD보다는 확실히 깨끗하게 나오므로 그리 억울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론
필자의 벤큐 PE5120 리뷰를 보면 알겠지만 엡손 TW20과 같은 해상도의 DLP 제품도 이젠 100만원 안팎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추세이다.
옵토마 H27이나 LG JT-92 등이 백만 원대 초반이고 벤큐 PE5120은 엡손 TW20처럼 백만 원 밑으로 내려왔다.
하이엔드급 제품이라면 천만원이 훌쩍 넘는 제품도 많고 6-7백만 원짜리 제품들끼리의 비교에서도 몇십만 원 차이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빠듯한 예산으로도 프로젝터를 구입해 대화면을 접하고자 하는 사용자라면 1-2십만 원 차이도 크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TW20의 화질만으로 따지면 그 몇십만 원 차이를 극복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TW20은 필자가 테스트한 프로젝터 중에 가장 투사거리가 짧은 제품 중 하나이다.
절대적인 화질을 따진다면 투사 거리가 짧은 것이 약점이겠지만 그것은 하이엔드 제품일 때나 하는 소리이고 저가형 제품에선 투사 거리가 짧다는 것은 막강한 강점이다.
불과 2미터에서 80인치가 나오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기숙사나 공부방에서 DVD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기에 무리가 없는 제품이다.
거다가 렌즈 쉬프트가 상하뿐만 아니라 좌우까지 지원된다는 것은 간편하게 이동하면서 사용하거나, 프로젝터의 위치를 고정시키지 않고 감상할 때만 설치하는데 막강한 도움이 된다.
따라서 편의성에서는 고가의 제품들보다 뛰어나다.
비슷한 가격대면서 같은 해상도의 DLP 프로젝터인 벤큐 PE5120과 비교한다면 먼저 DLP의 컬러 브레이킹 현상에 대한 민감도가 관건이다.
만약에 DLP의 무지개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면 DVD에서는 벤큐 PE5120이 좀 더 샤프하고 펀치력 있는 영상이다.
그러나 HD 영상에서는 TW20이 좀 더 자연스럽고 선명한 영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적어도 필자 수준으로 DLP의 무지개 현상이 감지된다면 벤큐 PE5120보다는 엡손 TW20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보여진다.
'프로젝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엡손 EMP-TW600 LCD 프로젝터 2부 (0) | 2006.06.11 |
---|---|
옵토마 H72i DLP프로젝터 (0) | 2006.06.11 |
옵토마 MovieTime DV10 DLP 프로젝터 (0) | 2006.05.19 |
벤큐 PE8720 DLP 프로젝터 (0) | 2006.05.19 |
NEC HT410 DLP 프로젝터 (0) | 2006.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