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격
옵토마 MovieTime DV10은 재미있는 제품이다. 일종의 요즘 유행하는 컨버전스 개념의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프로젝터에 DVD 플레이어와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다.
동료가 이 제품을 잡지에 리뷰하면서 생각보다 좋다고 했지만 필자는 별 관심이 없었다. DVD 플레이어가 달려 있어야 할 필요성은 물론이며, 프로젝터에서 소리까지 나온다는 것이 대체 얼마나 유용한지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 테스트해 보니 용도에 따라 상당히 융통성이 있어 나름대로 소용이 있고 편리한 점도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DVI나 HDMI 등은 지원하지 않아서 주로 내장된 DVD 플레이어와 HD 소스를 D-Sub 단자로 연결해 테스트했음을 참고로 밝혀둔다.
설치
이 제품의 컨셉이 그렇듯이 매니아급 사용자가 정밀 조정을 통해 세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대충 올려 놓고 그냥 틀어 봐도 잘 나오는 제품’을 노렸다고 하겠지만 영상 조절 부문에서는 충분히 다양한 메뉴를 제공한다.
렌즈 쉬프트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에서는 렌즈와 광학부를 최적의 상태에서 유지하기 위해 렌즈 쉬프트를 일부러 빼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래도 저가형에서는 비용 문제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하겠다.
그러나 일반 프로젝터라면 천장이나 선반 등에 고정 설치할 때 렌즈 쉬프트가 없으면 좀 더 세밀한 조정이 필요해서 진땀을 빼지만 일단 설치가 끝난 후에는 렌즈 쉬프트의 유무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제품처럼 포터블형으로 이동성과 간편성이 중시되고 가지고 다니다가 아무데서나 전천후로 작동시키기에는 역시 렌즈 쉬프트가 있는 것이 막강한 도움이 될 뻔했다.
이동성과 편의성을 중시한 만큼 정밀한 설치에는 희생되는 점도 적지 않다. DV10은 우선 톱 로딩 방식의 DVD 플레이어가 달렸으므로 천장 설치가 안 된다.
그렇다고 머리 위 높이의 선반 같은데 올려 놓을 수도 없는데 렌즈 쉬프트가 없고 투사되는 각도가 13.5도 정도 상향 투사이므로 스크린 하단보다 낮은 위치에 설치해야 키스톤을 사용하지 않고 영상을 볼 수 있다. 본체 앞쪽과 뒤쪽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지만 이것은 키스톤 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다. 물론 디지털 키스톤을 지원하지만 가뜩이나 기본 해상도가 높지 않고 렌즈 포커싱도 우수한 편이 아닌데다 거기에 키스톤 보정까지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따라서 부득이 약간의 사다리꼴이 나오게 설치할 수 밖에 없다면 키스톤을 넣느니 그냥 참고 볼 것을 권한다.
오디오 연결은 마침 필자가 5m짜리 광 케이블이 있어서 AV 리시버에 연결하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줌 링을 돌려서 이미지 사이즈를 조절하면 포커싱이 확 바뀌므로 다시 맞춰야 한다. 가장 권장할만한 설치는 2.2-2.5 미터 거리에서 80-85인치의 스크린 사이즈로 투사하고 3-3.5 미터 정도 떨어져서 시청하는 것이다.
만약 프로젝터에 내장된 스피커를 사용할 경우 엄한 데서 소리가 나는 것이 거슬릴 수도 있으므로 감상 위치보다 앞에 와야 한다. 천장 설치는 안 되지만 후면 투사는 가능한데 이렇게 리어 프로젝션 방식을 쓰면 스피커가 멀어져 TV 스피커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문제는 프로젝터를 돌려놓았으므로 스피커의 좌우가 바뀐다는 점인데 외부에서 아날로그 입력을 할 경우라면 좌우 연결 단자를 바꿔 끼우면 되지만 내장된 DVD 사운드는 스테레오의 좌우를 바꿀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 DVD 세팅에서 모노로 설정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프로젝터에 제공되는 리모컨에 백라이트가 들어 오지 않는 것은 불만이다.
세팅 및 테스트
명암비
사양에서 4000:1을 주장했는데 측정 결과 실제로 그 수치가 나온다.
‘게임’ 모드에서 화이트가 408.9 cd/m²이고 블랙이 0.1 cd/m²로 4089:1이 측정되었다.
‘시네마’ 모드에서 2070:1, ‘sRGB’는 1544:1, ‘Vivid’가 3379:1, ‘Image AI’ 1902:1이 나오는데 재미있는 것은 각 모드에 따라 밝기 차이가 상당히 나지만 블랙은 0.094-0.121 cd/m²으로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즉 가장 어두운 ‘sRGB’ 모드와 ‘게임’ 모드를 비교하면 피크 밝기는 2.5배 정도 차이가 나는데 비해 블랙의 깊이는 거의 같다.
ANSI 명암비는 약식으로 측정해서 대략 180-205:1 정도가 측정되며 양호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자매품인 H27에 비해 렌즈에서 빛이 투과할 대 산란이 좀 더 일어나는지 ANSI 명암비는 물론이고 하나의 영상에서 암부와 밝은 부분의 대비는 H27보다 약하고 펀치력도 떨어진다.
명암비만 가지고 따져 보면 ‘게임’ 모드가 가장 좋으므로 게인이 낮은 스크린을 사용하면 좋은 영상을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모드에서는 화면의 지글거림이 심하다.
가장 추천할만한 영상 모드는 ‘Image AI’나 ‘시네마’인데 필자는 Image AI로 주로 시청했다.
색상
역시 자매품인 H27과 상당히 비슷한 좌표를 보인다.
SMPTE와 ITU에서 권장하는 좌표보다 넓게 나오는데 녹색이 H27에 비해 약간 Yellow쪽으로 치우친 것을 빼면 거의 대동소이한 컬러이다.
색 영역상으로 보면 블루쪽보다 녹색, 노랑, 주황, 적색 부분이 영역 바깥으로 넓게 나간다.
그레이 스케일
100 IRE의 화이트에서만 7000K가 넘어가고 나머지 전 대역에서는 6700K 정도로 대단히 평탄하게 맞는다.
옵토마의 신 모델들은 그레이 스케일의 평탄성과 색상에서 전년 모델들에 비해 거의 환골탈태 수준의 비약적인 개선을 보이고 있는데 RGB별로 게인이나 오프셋을 조절해서 좀 더 맞출 수도 있다. 포터블 형태의 제품이고 가지고 다니다 보면 다양한 스크린에 사용할 경우가 생기는데 이런 경우 게인과 오프셋 미세 조정으로 최적화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컬러 애널라이저를 같이 가지고 다닐 것도 아니고 그냥 초기 세팅에서 이 정도로 우수하게 맞춰져 나온 것을 괜스레 잘못 손대는 것보다는 그냥 봐도 충분히 우수하다.
재미있는 것은 옵토마처럼 애초부터 잘 맞아 나오는 제품은 초보자들이 잘못 손대서 세팅이 틀어질 우려가 있으므로 저가형 제품에서는 이런 기능을 빼도 되는데도 넣었고, 반대로 초기 설정이 상당히 틀어져 있어 조정이 필요한 제품들은(썩 훌륭한 결과가 나오지도 않지만 ) 조정 기능을 빼거나 서비스 메뉴 안에 감춰 놓고 있다는 점이다.
평균 감마는 2.44 정도이며 중역대에서 미세하게 낮고 밝은 쪽에서 약간 올라간다.
실제 영상 감상
유니포미티는 우수한 편으로 흰색 필드 패턴을 띄우고 봐도 색상의 변화가 거의 없으며 중앙과 주변부의 밝기 차이도 심하지 않다.
빛의 누출-바닥과 양 옆의 통풍구를 통해 빛이 새지만 그 강도는 약하다.
왼쪽으로 약간 더 새며 스크린 방향인 앞쪽으로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이다.
렌즈의 포커싱은 동급 제품 중에서 그다지 좋은 편이라고 말할 수 없다.
색수차도 약간 벌어지는 편인데 포커싱이 흐려서 오히려 덜 드러나는 편이다.
스크린 도어 이펙트(격자감 )는 전형적인 480p 해상도의 프로젝터 수준이다.
격자 자체보다는 픽셀 사이즈가 커서 사선이나 원에 계단이 두드러질 수 있는데 적당한 거리를 두거나 스크린을 줄이면 거슬리지 않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오버스캔은 DVD를 재생하면 상, 하, 우측은 2.5%잘리며 좌측은 1%만 먹는다.
RGB 연결을 통해 HD 영상을 입력하면 거의 0% 오버스캔이라고 할 수 있다.
비디오 프로세싱-HD를 480p로 다운 스케일링하는 데 있어 윤곽이 깨지거나 아티펙트 등이 억제된 매끄러운 처리이다. 그러나 소프트하다. 내장 DVD 플레이어로 재새하는 영상은 디인터레이싱이 우수하고 소스 타이틀의 2-3 케이던스가 깨져도 별 문제없이 매끄럽게 처리한다.
컬러 브레이킹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7분할 4배속 컬러휠을 채택한 덕분에 아주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무지개를 신경 쓸 일은 거의 없어 보인다.
팬 소음은 적당한 수준이며 시끄러운 편은 아니다.
요즘 홈씨어터용 프로젝터들은 전반적으로 조용해졌으므로 특별히 다른 제품들보다 조용한 것도 아니라고 하겠다.
DVD 재생은 DV10이 가장 중점을 둔 부문인 만큼 우수하다고 하겠다.
외장 DVD 플레이어를 DVI 단자 등을 통해 연결하는 것처럼 내장된 플레이어에서 바로 디지털 신호로 연결되므로 신호의 순수성은 보장되는 듯하고 프로그레시브 변환이나 영상 처리도 뛰어나다. <비디오 에센셜>의 몽타주 영상에 들어 있는 성조기 장면도 파루쟈나 테라넥스처럼 매끄럽지는 못해도 실리콘 이미지를 비롯한 다른 디인터레이싱 프로세서보다는 매끄러울 정도로 처리한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3>나 <씨비스킷>을 보면 색감이 깊고 자연스러운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필름 소스의 프로그레시브 변환은 우수하며 편집으로 인해서 2-3 케이던스가 끊기거나 플래그가 잘못 인코딩 되어도 코밍 현상은 거의 일어나지 않으며 필름 모드로 복귀도 빠르다.
HD 영상을 SD급 디스플레이에서 보면 잠재력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DVD보다는 무조건 좋은 것이 정상이다.
DVD의 경우 최고 대역인 6.75MHz까지 정보를 구겨 넣는 경우가 별로 없고 포맷의 한계까지 억지로 정보를 넣어 봐야 HD처럼 넉넉한 정보량을 여유 있게 수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HD를 DVD와 같은 480p 포맷으로 다운 스케일해도 색감은 물론이고 정보량에서도 HD가 훨씬 디테일하고 선명한 영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DV10의 경우는 HD와 DVD의 차이가 기대만큼 크지는 않다.
예를 들어 <디지털 비디오 에센셜>의 영상 데모와 레스토랑 장면 등을 DVD 버전과 HD 버전을 번갈아 가며 재생해도 물론 HD가 더 좋지만 다른 480p 해상도 제품보다 그 차이는 적다.
이것은 DV10의 DVD 퍼포먼스가 기대 이상으로 좋은데 비해 HD 영상 처리는 생각보다 소프트해서 그런 것 같다.
결론
일반적인 의미의 홈씨어터용 프로젝터로는 필자가 생각하기에 옵토마 H27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느껴진다.
색상이나 명암비 등 두 제품이 형제지간인 만큼 성향도 비슷하지만 같은 해상도의 제품인데도 H27이 더 샤프하고 펀치력 있는 영상이 나온다.
그리고 고정 설치의 경우 편의성이나 렌즈 포커싱도 더 좋아 좀 더 정세한 이미지를 구현해 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천장 같은 곳에 고정 설치가 어렵고 사용할 때만 위치를 잡고 감상해야 할 경우, 그리고 가정뿐 아니라 외부로도 자주 이동해야 할 경우라면 DV10의 가치는 높아진다.
외부로 가지고 나갔을 때 DVD 플레이어와 스피커까지 달렸다면 따로 챙길 필요가 없으므로 확실히 이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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