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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칼럼

표준영상과 칼리브레이션




Posted by 이종식

그동안 디스플레이 기기의 리뷰를 쓸 때마다 표준영상과 칼리브레이션에에 대해서 자주 언급해 왔다.
그러나 모든 리뷰마다 매번 같은 내용을 설명하다보니 쓸데 없이 리뷰가 길어지고, 독자들을 지루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단순히 테스트 결과만 설명하면 너무 어렵고 딱딱하다는 불만이 있어왔고 말이다.
추후 리뷰를 읽는 분들에게 리뷰의 방향이나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오래간만에 표준 영상과 캘리브레이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도록 한다.
다만 이전에 올렸던 글들과 겹치는 부분도 많고, 이 경우 다시 언급하기 귀찮아서 링크로 걸어 둔 것도 있으니 시간이 허용하면 그 링크들도 참조하기를 권하는 바이다.

표준 영상과 캘리브레이션이 화두가 된 것은 근래에 출시되는 신제품들의 추세와도 맞물려 있다.
이러다 보니 요즘 제품들의 리뷰 안에서 자꾸 반복해서 설명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따로 정리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충분한 확인 작업보다는 기억에 의존해서 다소 급하게 작성되었으므로 틀린 내용이나 낡은 이론이 있을 수도 있다.  또 개인적인 주관이 강하게 피력되었을지도 모르므로 전적으로 찬성하기는 어려운 독자도 있을 것이다.

A. 표준영상

1. Mass Communcation

Joe Kane씨는 "영상에 '표준'이 필요한 것은 TV가 매쓰커뮤니케이션 매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쓰커뮤니케이션은 글자 그대로 '소수의 사람이 만든 내용을 다수의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다.
즉 작가나 제작자의 의도가 최종 감상자에게 최대한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목적이다.

책이나 신문, 잡지같은 매체라면 독자가 모두 같은 내용을 보게된다.
물론 때로는 파본이나 낙장, 오탈자가 있을 수 있고, 재수가 없으면 인쇄가 흐리게 된 책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론상으론 대부분 모두 같은 것을 본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같은 것을 보아도 사람마다 느낌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 수 있고, 작품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물론 같은 작품도 여러 버전이 있을 수 있고, 외국 작품의 경우 번역에 따른 변수도 있다.  여기서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동일 판본'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반면에 인쇄 매체와는 달리 방송이나 영화, 그리고 음악의 경우는 극장에서 직접 보거나 라이브 콘서트를 관람하지 않는 한 여러 사람이 똑같은 결과물을 감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TV로 루브르 박물관 다큐멘타리를 보더라도 사용된 제품의 메이커에 따라 모나리자의 피부색이 달라지고, 고호의 자화상이 TV마다 같지 않으며, 피카소의 그림도 서로 다른 느낌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인쇄 매체도 정확하게 원작의 색을 되살리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같은 책을 보는 사람끼리는 똑같은 것을 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상이나 음악은 사용하는 TV나 스피커 등에 따라 같은 소스를 다르게 시청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원작자의 의도가 왜곡되고 변형되어 감상자에게 전달된다면, 감상자는 신경을 안 쓸지 몰라도, 원작자로서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굳이 피카소나 스필버그가 아니더라도 독자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이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지금 웹 페이지로 볼 때 어디서 줄이 바뀌고 사진이 어떻게 배치되는지, 오타는 없는지, 문맥은 괜찮은지 나름대로 체크하고 있다.
당신이 UCC 동영상을 올리거나 하다못해 웹 블로그에 사진 한장을 올리더라도, 남들이 이것을 볼 때 어떻게하면 당신이 원하는 대로 제대로 보일까에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잡지에 기고한 글이 분량이나 잡지사의 이익 때문에 생략되거나 문구가 바뀌어 실린다면, 글을 쓴 사람으로서 상당히 열 받을 것이다.  글쓴 이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기분 나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푸르트뱅글러나 첼리비다케는 음반 녹음 작업을 극도로 기피한 지휘자들이다.
자신들이 심혈을 기울여 연주한 '예술'이 그대로 들리지 않는 것이 싫고, 또 그것을 가지고 자신의 '예술을' 소나 개나 어쩌고 저쩌고 평가하는 것도 싫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신해철같은 가수도 MP3로 이어폰, 혹은 몇만원짜리 PC용 스피커를 통해 자신의 곡을 듣는 것에 대해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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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의 수 많은 버전 중에-필자가 가진 '미완성'만 세어 보니 LP, CD, SACD를 합쳐서  27 가지나 되고 있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칼 뵘(위의 사진)이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한 1966년 도이치그라모폰 녹음이다.  고지식하고 딱딱하게 생긴 법관 출신 노인네가 지휘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도 낭만적이고 아름다워서 차라리 슬픈'느낌이 잘 살아난다. 
소시적 국어 교과서에도 나와 입시를 위해 소재가 뭐고 주제가 어쩌고 하면서 달달 외웠던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마지막 줄 '찬란한 슬픔의 봄'이란 구절이 떠 오를 정도라고나 할까. (필자가 사춘기 시절에 가장 좋아했던 교향곡이 슈베르트 '미완성'과 베토벤 '7번'이었다. 즉 필자는 고딩 시절에 칼 뵘의 '미완성'을 들으면 김영랑의 詩가 떠올랐었다. 혹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처럼 지금 기준에서 보면 통속적인 비극적 연애소설도 생각나고 말이다)  '차라리 슬프도록 아름답게' 연주할 것을 단원들에게 요구한 부르노 발터의 1958년 뉴욕 필하모닉 CBS 버전은 오히려 다소 밝고 경쾌한 느낌이 들며, 카라얀의 1965년 DG 버전은 저역이 너무 많으면서 리듬감도 강해서 긴장감이 넘치는 무슨 공포 영화 주제곡 같기도 하다.
그런데 카라얀의 버전도 저역이 얕고 나긋나긋한 스피커로 다시 들어보면 나름대로 들어줄만 했었다.(필자가 소시적에 사용했던 혼 스피커는 지금 사용하는 제품에 비하면 저역이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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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이 리메이크한 7080 세대의 대학가요제 출신곡 '하늘색 꿈'도 비슷한 케이스다.
저역이 깊게 내려가는 풀레인지 스피커로 들어보면 분명히 저역이 과다하고 벙벙댄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일반 녹음실에서 믹싱에 주로 사용하는 모니터용 스피커나 북셸프형으로, 혹은 자동차에서 카 오디오로 들어보면 그런대로 들어줄만한 밸런스가 된다.
이와는 반대의 케이스로 서브우퍼마저 없는 PC 스피커로 관중의 환호속에 깊고 펀치력있는 드럼으로 시작되는 Eagles의 앨범 'Hell Freezes Over'의 'Hotel California'를 듣는다고 가정해 보자. 
킥드럼 소리가 유복성이 손바닥으로 두들기는 봉고 소리처럼 바뀌며 정말 아랫도리가 허전한 느낌이 들 것이다.
이와 같이 음악을 듣는 스피커는 제품의 특성과 물리적인 사이즈에 따라 재생할 수 있는 대역이 제한된다.
따라서 흔히 인간의 가청 주파수 대역이리고 통하는 20Hz-20kHz를 모두 커버하는 스피커는 그 수가 적다.  
음반의 경우도 EMI나 DG에서 클래식을 녹음할 때 모니터링에 사용되는 스피커와, 미국이나 한국, 일본에서 팝이나 가요, 재즈 등을 녹음하고 믹싱할 때 사용하는 제품들이 다르다.
즉 라이브 콘서트와, 녹음된 사운드, PD의 믹싱, 수록된 매체, 그리고 재생되는 기기 및 재생 공간 및 환경에 따라 그 변수는 상당히 많다.

반면에 영상은 소리에 비한다면 그 변동폭이 적은 편이다.
물론 영상도 수 많은 변수가 원본과 재생의 과정 사이에 존재하며, 디스플레이 제품과 시청 환경에 따라 다르게 재생된다.(이 글 후반부에 설명하겠다)   다만 사운드에 비하면 덜 하다는 말이다.  
또한 인간의 청각에 비해 시각은 비교적 객관성이 강한 편이며, 추상적, 심리적 측면의 영향을 약간 덜 받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영상 표준' 등으로 약간 통제가 된다면, 생각보다 만족스럽게 원작자의 의도에 가깝게 감상할 수 있다.

2. Audio/Video는 기호품?

반면에 AV 제품은 '보편성'이 중요한 매스커뮤니케이션 기기인 동시에, 오히려 개인의 취미과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는 기호품적인 성격도 강하다.
'표준'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그리고 다 똑같은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면, 제작부터 감상까지 세상에는 오로지 한 가지 브랜드의 한 모델만 사용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영화 촬영이나 방송용 모니터로 현재 소니가 많이 사용되는데, 그중에서도 특정한 하나의 모델을 정해서 영화 제작자도, 세상의 모든 방송국도, 그리고 가정의 시청자도 모두 그 '한 모델만'을 '같은 세팅'으로 사용한다면 아마도 원작자의 의도는 가장 잘 전달되지 않겠는가.
또한 이렇게 세상이 한 브랜드의 한 모델만 있다면 원작자의 의도가 어쩌고 저쩌고를 떠나서, AV 제품들을 가지고서 화질이나 음질이 좋다 나쁘다를 따질 일도 없을지 모른다.

DG나 EMI 등 대형 클래식 레이블의 녹음실에서 B&W 스피커로 많이 모니터링한다는 것이 이 브랜드의 현재 인기에 큰 밑거름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레벨이나 틸, 아발론, 윌슨 같은 스피커로 들으면 오리지널 녹음 상태를 체크했던 B&W가 아니므로 틀렸다는 말인가? 
B&W는 분명히 좋은 스피커이다. 그러나 필자의 취향은 아니다. 
'원작자의 의도'와 '표준'을 입버릇처럼 운운하는 필자지만, B&W가 굴지의 녹음실에서 채택되어 각광받기 시작하던 80년대 후반에 매트릭스 801 시리즈를 몇 개월정도 사용한 이후로는 B&W를 구매한 적이 없다.(이후로도 리뷰를 위해 B&W 제품을 많이 테스트했다)
오디오에서 음색과 토널 밸런스, 그리고 디테일과 대역폭, 트랜시언트, 음장감 등이 더 좋으면, 모니터링에 사용한 제품과 다르더라도 오히려 오리지널 연주에는 더 가까울 수도 있다.
영상에서 색 정확도와 색영역, 그레이 스케일과 감마가 같더라도, 해상도가 더 높고, 블랙 표현과 명암비가 우수하면 더 좋은 그림이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오디오에는 하드웨어적 호환성을 위해 규정된 기술적 스펙들 외에 '영상 표준'같은 의미의 '사운드 표준'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상 표준' 개념과 비교적 유사한 것은 '어쩌면' 'THX 인증 규정'같은 것일 수도 있는데, 혹시 이런 것들이 '표준'으로 정해진다면 또 모르겠다.)

반면에 이런 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딥 퍼플이나 레드 제플린, 블랙 사배쓰, 퀸 등등의 록 음악에 미쳐 있을 때, 가장 좋아했던 라이브 앨범은 리치 블랙모어와 레인보우의 'On Stage'와 딥 퍼플의 'Made in Japan', 그리고 유라이어 힙의 'Live'였다. 
나이를 먹은 후에 소시적보다는 훨씬 고급 오디오 시스템으로 이 앨범들을 다시 들어 보니 완전히 가관이다. 
특히 레인보우의 'On Stage'는 사운드가 산만하고 소란스러워 도저히 참고 들어주기 힘들 정도이다. 
Rainbow와 Deep Purple의 베이시스트였던 로저 글로버가 자신들의 음반 제작에서 대개 프로듀서를 맡았었는데, 당시에는 '로저 글로버가 음반 PD로서의 재능도 있구나!'하고 감탄했던 것이, 지금은 '이 양반은 그냥 연주나 하지 왜 PD까지 해서 소리를 망쳐 놓은거야?'하는 불만이 들 정도다.
그리고 차라리 그 당시 사용했던 해상도 떨어지는 JBL로 듣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이유로 데카에서 나왔던 FFSS같은 LP들은 차라리 알텍이나 일렉트로보이스, 클립쉬같은 빈티지 시스템으로 듣는 것이 낫다는 말에도 꽤 공감이 간다.

이와 비슷한 케이스는 영상에서도 있다.
필자는 과거에 워낙 미친듯이 LD를 모아서, 꽤 처분하고 DVD 등으로 교체를 한 지금도 아직 2000장이 넘는 이 애물단지들을 끼고 있다.  동료인 최원태님이 한장에 100원씩 쳐줄테니 넘기라고 놀린다.
그리고... 배송비는 나보고 부담하라며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OTL(LD 2000장을 100원씩에 팔면 20만원인데 용달비를 필자가 내면?)  치우자니 아깝고 끼고 있자니 엄청난 부피로 인해 글자 그대로 애물단지인 것이다.
이 LD도 스크린 크기는 물론이고 해상도, 색감이 모두 앞서는 요즘의 '좋다는' 디스플레이로 보는 것보다, 그냥 36인치 브라운관으로 보는 것이 차라리 낫다. 

영상 표준이 ITU Rec.601이나 Rec.709의 색영역과 6500K의 색온도에 감마 2.2로 정해졌고 모든 디스플레이가 이것을 지킨다고해서 다 똑같은 그림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소니 36인치 브라운관 TV뿐 아니라, 필자가 사용하는 모든 디스플레이는 최대한 '표준'에 맞게 캘리브레이션되어 있고, 지금도 가끔 심심하면 마누라 눈치 보면서 측정기 들고 다시 맞춘다.
하지만 영상의 기본은 비슷하더라도 나오는 그림은 같지 않다.

따라서 아무리 표준을 잘 지키고 열심히 맞춰봐야 책이나 잡지같은 매체처럼 다 똑같이 볼 수는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즉 기본을 지킨 제품 중에서 자기 입맛대로 고르면 된다는 말이다.
물론 그 '기본'이 영 자신의 기호에 맞지 않는다면 '기본'을 지킨 제품으로 입맛대로 세팅을 바꿔보면 된다.
그것이 애시당초 '기본'도 못 지키는 제품을 사서 씨름하는 것보다는 나으며, 찬찬히 시간을 두고 '기본'과 '취향'을 비교해 본 후 자신의 취향에 대해서 다시 분석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3. 원본과 취향

HDTV를 통해 보는 제주도 한라산은 실제 풍경과 똑 같아야 하는가?
그 프로그램 촬영 당시 그 장소에 있었던 촬영 기사의 육안으로 본 것이 오리지널인가, 카메라에 찍힌 것이 오리지널인가?  당신이 당장 비행기를 타고 한라산 같은 곳에 가서 보더라도 TV 영상은 물론이고,  촬영 기사가 육안으로 본 것과도 다르다.
라이브 콘서트에 들었던 것이 원음일까?
설사 공연장에서 마이크나 스피커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상태라도 공연장에 따라, 그리고 가수나 연주자의 컨디션에 따라 항상 다른 것이 음악이다.

70년대에 영화 평론가로 정영일 선생이란 분(지금 활동하는 영화 평론가 정성일 선생과는 관련이 없다)이 매주 '주말의 명화'에 대해 설명해 줄 때, 정선생처럼 잘 나가면서 라디오 팝송 프로그램에 자주 초청되던 '경음악 평론가(?)'로 최경식 선생이라는 분이 계셨다.
이분의 지론이 호텔 로비에서 듣는 못 치는 피아노 연주라도 생음악이기에 레코드로 듣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었다.  과연 정말 그럴까?  물론 라이브는 좋다.  그러나 필자에겐 라이브라고 항상 '더' 좋은 것은 아니었다.
큰 마음 먹고 비싼 돈 내면서 콘서트에 가 제일 좋은 좌석에 앉아 기대에 부풀었다가, 완전 개떡같은 퍼포먼스에 돌아버린 적은 없는가?  클래식을 비롯해서 어떤 음악 장르라도 라이브에 유난히 강한 뮤지션이 있는가 하면, 녹음실에서 고치고, 또 고치며 수 십번 다시 녹음한 것이 나은 경우도 있다.
분명히 라이브에는 음반에는 담을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지만, 그리고 재수가 좋으면 음반보다 훨씬 좋은 연주도 나오지만, 재수가 없으면 '그냥 집에서 판이나 돌릴껄...'하는 본전 생각이 드는 경우도 꽤 있다.
그래도 라이브가 더 좋다는 최경식 선생같은 분이 있는가 하면, 필자처럼 가끔은 집에서 음반 듣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  이건 취향이다.  누가 옳고, 그르고 따질 필요 없이 서로 존중해주면 되고, 상대방을 납득시키려고 힘쓰는 것이 잘 못된 것이다.

우리가 원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일단 카메라나 마이크를 통해 녹화나 녹음된 것을 제작자의 '의도에 맞게' 조작, 왜곡한 것이다.
영화에서 편집, 색보정 등등이 그러한 조작 과정이며, 음반 녹음의 믹싱 과정 등을 연상해도 된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자연과 다르게 표현되었다면 그것은 작가의 의도이다.
이러한 조작 과정에 의해 완전히 오리지널과는 달라질 수 있지만, 그것도 의도적이라는 말이다.
영화를 예로 들면 많은 경우 창작의 주체가 되는 감독이 거의 전권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감독의 의도는 존중되어 마땅하다.
영화가 후졌거나 어쨌거나 감독이 창작한 예술이기 때문이다.
(물론 감독의 권한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감독이 초짜라서, 혹은 거액의 제작비를 투자한 프로듀서의 입김이 너무 거세서.. 등등의 이유로 편집권 등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 하는 경우도 꽤 있다)

이번 달(한국판 2008년 2월호) 'Hivi' 77쪽에 야마모토 고지씨와 사와사토 마사요시씨가 프로젝터 세팅을 놓고 대담한 내용이 나온다.  필자는 이미 한국판 하이비 2007년 8월호에(190쪽)에 야마마토 고지씨의 평론적 시각에 대한 '반론'을 실은 적이 있는데, 물론 일본 하이비 평론가가 한국판에 실린 '반론'을 읽을 일은 없을 터이므로, 여전히 그 '독특한 취향'을 꿋꿋하게 견지하고 있다.(매월 '하이비'를 받아 보시는 분들은 아실 것이다)
지겹지만 여전히 '킹콩'에 나온 나오미 와츠의 피부색 이야기이다.
6500K로 보면 감독인 피터 잭슨이 틀렸으므로 자신의 눈으로 자기 마음에 맞게 고쳐서 본다는 이야기이다. 
(*필자 주 : 여기서 고지씨는 사용하는 디스플레이 기기의 6500K 설정이 진짜 6500K가 아닐 수 있다는 개념은 보이지 않는다.  고로 기기의 메뉴에서 6500K로 설정해 놓으면 그게 6500K니까 측정기 들고 다시 6500K에 맞추는 캘리브레이션이라는 개념은 없다.  그러나 필자 경험상 캘리브레이션 없이 공장 초기에 6500K라고 해서 6500K에 맞는 소비자용 제품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나오미 와츠는 그런 피부색이 아니라면서 기기를 조정한 고지씨와의 하이비 대담 기사를 조금 인용하면...

사와사토 : 그런데 나오미 와츠로 피부색을 조정하면 , 그 포지션으로 보는 잭 블랙의 피부색에는 위화감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야마모토 : 아뇨, 그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는걸요. 사실 저는 잭 블랙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거든요.
사와사토 : 과연(웃음). 의표를 찌르는 말인데요.(...이렇게 쓰고 '골 때리는 말인데요.'이렇게 읽는다^^)
-중략-
야마모토 : 사와사토씨는 어떠신지요? 본래의 엄격한 화질을 그대로 보시는지, 아니면 자신의 이미지에 맞춰 조정하시는지요?(필자는 고지씨가 말하는 '본래의 엄격한 화질'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디스플레이 기기의 '영화 모드' 세팅을 전혀 손대지 않은 것을 지칭하는 것인지, 아니면 극장의 오리지널의 화질을 뜻하는지, 그것도 아니면 '영화 모드'로 보면 그것이 '극장 화질'과 같다고 생각하는지 감이 잘 안 잡힌다.)
사와사토 : 저의 영상 기준은 어디까지나 '영화관의 기억'에 맞는지 어떤지 그점만 납득하면 되지요.(후략)

필자는 내가 옳고 너는 무조건 틀렸다는 사회 분위기에 넌덜머리가 나는 사람이다.
내가 51% 옳으면 그건 100% 옳은 것이고 그렇다면 너는 100% 틀렸다는 사고 방식. 
한번 밀리면 끝장이니까 완전히 밟아 버려야 한다는 의식에도 반대다.  자신의 '옳곧은 생각'을 이해 못하는 국민들을 불쌍하다는 눈빛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타이르던 양반도, 취임하기도 전부터 목에 힘 빡 주고 영어 교육이 어쩌고 들썩거리며 '엄한 것'들로 밀어 붙이는 양반을 봐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만년 철딱서니'로 불리는 필자도 피끓는 젊은 시절이 지나서는 '타협'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는데, 큰 목소리로 멱살잡이하는 분위기는 정말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러나...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야마모토 고지씨는 좀 아닌 것 같다.
아니 야마모토씨가 그냥 AV 애호가라면 충분히 납득이 가며, 전혀 비난할 일도, 필자가 신경 쓸 일도 아니다.
한 마디로 '니 맘대로 보세요'니까 말이다.
문제는 야마모토 고지씨가 일본에서 잘 나가는 AV 잡지의 평론가라는 점이다. 
'무조건 나만 옳은 것이 아니다'를 다시 한번 되뇌이며 심호흡 한번 하고 나서 생각해 보니, 평론가 중에도 이런 '독특한 취향'의 양반 몇 명 있는 것도 나름 재미있고 괜찮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일본은 워낙 '오타쿠'가 많은 나라니까...)
그런데...아무리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려 해도 매월호 이런 식의 글을 계속 접하다보니, 짜증이 나는 건 나는 거고 답답한 건 답답한 거다.  '아..아무리 대범한 척 하려해도 나는 역시 인격 수양이 제대로 된게 아니었구나!'하고 반성하면서, '에잇, 못 참겠다'며 다시 야마모토 고지씨와 일본 평론가들을 좀 더 씹어 보자.(만약 야마모토씨가 이 글을 읽으면 기분이 나쁘겠지만, 읽을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오히려 아쉽다. 필자는 제발 그쪽 의견을 좀 들어 보고 싶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한국보다는 사이비, 돌파리, 사기꾼들이 덜 판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의외로 꽤 권위있는데서 종종 '확 깨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AV 분야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위치가 어느 정도인데 -그리고 AV뿐 아니라 학계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가끔 가다보면 속된 표현으로 완전히 뻑이 가게 만드는 경우를 꽤 접한다는 말이다.
그럴 때마다 '아, 일본도 이런 '허경영 후보'같은 엄한 소리가 통하긴 통하는구나!'하는 '놀라운 발견'을 하게된다.(일본의 무당이나 미신도 만만치 않다)
이는 어쩌면 일본도 '경험과 짬밥'의 파워가 아직까진 '필요 이상'으로 우대받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일본이나...필자 또래 이상의 나이를 가진 분들은 '평론가' 중에서 '짬밥'만으로도 대우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분들이(필자를 포함해서...) 거의 전부 '오디오 평론가' 출신이다.
필자가 이쪽 방면에 눈뜨던 '박통 시절', 우리나라는 '흑백 테레비' 시대였고 VHS도 없었다.
영화는 '극장' 아니면 '주말의 명화'뿐이었다는 말이다.
필자는 이때부터 영화를 무지하게 좋아했다.  그러나 취미로 오디오는 가능해도 비디오는 안 되던 시절이었기에, 본격적으로 Audio에 Visual이 더해져 'AV'가 가능했던 것은 80년대 들어 LD 시절부터였다.
자, 그러면 영상에 대해서도 공부를 좀 해야 할 것 아닌가?
뭘 알아야 썰을 풀든지, 이빨을 까든지 할텐데, 오디오 평론할 때 써먹던 그 용어 그대로, 그 수법 그대로 또 우려 먹으려하니 문제이다.  아시다시피 오디오에 얼마나 뜬 구름 잡는 소리가 많고 미신적 요소가 많은가?(그렇다고 필자가 '실용 오디오' 주의자는 아니다. 물론 '실용'쪽에도 공감하는 부분이 꽤 있지만, 결론적으로 필자는 '하이엔드'파이다.)

평론가라면 전문가이고, 전문가라면 무당 굿하는 소리만 늘어 놓지말고 자신의 분야에 대해 공부를 좀 해야 할 것 아닌가?  영상 공부 다시하기 싫으면 그냥 평소에 자신있던 오디오 평론이나 계속 하든지...
공부를 해야 책임있는 말도 나오고 나름 권위도 세울텐데, 경험과 짬밥만 가지고 자신의 주관과 취향이라면서 엄한 소리나 해 대고 있으면 되겠는가?(필자가 하이비에 썼던 반론에서는 최대한 예의를 지켰고, 이 정도로 까대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인쇄 매체니까...^^) 
'경험과 짬밥'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우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우대받아, 돌파리도 '경험과 짬밥'으로 포장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설사 AV 애호가로서 자신의 취향이 그렇다 하더라도 평론가로서는 좀, 뭐랄까.. 균형을 지키는 시각도 '같이' 피력하면서, 몸도 사리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나중에 개쪽팔릴 일이 없다고 어떻게 장담하는가 말이다.(필자가 나중에라도 혹시 문제가 생기면 빠져 나갈 구멍을 위해, 이 칼럼 서두에 궁상맞게 주절주절 늘어 놓은 내용을 보라^^ 필자도 예전에 썼던 글을 오랜만에 다시 보면 얼굴 화끈거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점에 개의치 않는 야마모토 고지씨는 정말 용감한 것인지, 생각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오미 와츠의 피부색만 자기 눈에 맞으면 다른 색은 다 틀려도 된다는 말을 거리낌없이 내뱉고, 그게 잘한 짓인줄 아는 사람이 권위있는 전문 잡지의 '책을 책임지는 편집장'이었고, 이제는 '전업 평론가'이다.

동료 필자인 조춘원님의 말을 인용해보자.

"야마모토씨는 백인 여배우의 피부색에 대한 자신만의 이상형을 설정해놓고, 재생기기가 거기에 맞는가 여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일반 애호가라면 이런 태도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만, 평론가라는게 문제죠.
야마모토씨가 칭찬한 빅터의 6500K가 정말 6500K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연히 야마모토씨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컬러가 나온 것일 뿐일겁니다. 오디오에 비유하면 자신만의 피아노 소리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놓고, 모든 피아노 소리가 그렇게 나와야 한다고 우기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피아노 마다, 연주자 마다 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고, 재생기기는 다른 것은 다르게 들려주는게 맞다고 보는거죠. 모든 피아노 소리를 특정한 형태로 꾸며주는 기기가 있다면 그건 그 기기와 궁합이 맞는 단 한사람의 사용자에게는 자신만의 명기가 되겠지만, 보편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닌겁니다.
우리는 나오미와츠의 피부색이 어떤지 모릅니다. 게다가 영화마다 포스트프로덕션을 통해서 얼마든지 피부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재생기기가 정확한지 알 수 있는 기준은 영상물 제작에 사용하는 디스플레이 기준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여부가 되는 것이죠. 평론가도 사람인데 기기를 평가할 때 자신의 취향이 가미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취향에 맞지않는다고 그 영상물을 만든 사람에게 당신이 틀렸다고 말하는 건...정말 용감한 거죠..."(하이파이넷 포럼 게시글 참조)

한 마디로 XX하니까 용감하다는 내용인 것 같은데(^^), 실제로 하이비같은 전문지에 글을 쓰는 일본 평론가 중에도 기술적인, 체계적인 지식의 기반은 빈약한 채 경험과 짬밥을 기반으로 '야부리빨' 가지고 버티는 평론가도 버젓이 행세중인 모양이다.
사실 요즘 일본 평론가들의 글을 보면 묘한 분위기가 약간 느껴진다.
세상이 지금 어떤 시대인가?
정보화 시대고, 인터넷 바다에서 못 낚을 것이 없다는 세상이 아닌가.
일본 평론가들이라고 캘리브레이션이 무엇이고, 표준 영상에 대한 개념이 없겠는가?
화질 따지는 HD 시대로 접어들면서 소니는 물론이고, 샤프같은 '초 감성 화질'의 선두 주자도 'THX' 인증 받자고 '표준 영상'으로 꺽였는데 말이다.
많은 일본 평론가들이 공부를 하고 미국쪽 이론도 받아들이면서 슬그머니 평론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 주장했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론도 은근슬쩍 접목시키면서 묘하게 섞어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공부를 안해서' 아직까지 엄한 소리만 해대는 동료 필자에게는 -자신도 예전에는 그랬으니까- 대놓고 뭐라고 그럴 수도 없어 벙어리 냉가슴 앓으면서 말이다.(또 이런 양반들이 고집은 졸라 세다)

혹자는 요즘 와서 전세계 LCD TV 매출의 1-4위를 점유하는 삼성, 소니, 샤프, LG가 '표준 영상'으로 돌아서고 '대세'로 바뀌어 가는 것에 힘입어 얍삽하게 목소리에 힘주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하이파이넷에 '영상' 리뷰가 더해지면서 필자를 비롯한 조춘원님, 최원태님 등 하이파이넷 소속 평론가들은 어떤 잡지나 웹사이트에서도 원래부터 주구장창 '표준 영상' 옹호자들이었다.  따라서 영상쪽은 계속 일관적인 시각을 유지해 왔고, 오디오를 비롯한 다른 장르에서도 '특이하고 독특한 취향'을 자랑하거나 평론 중에 거세게 들이대지는 않았던 것 같다.

5년 전에는 '대세'였던 현 정권이 이번 선거에서는 '개박살' 낫듯이, 어느날 갑자기 상전(桑田)이 벽해(碧海)가 되고, '표준 영상'이 틀렸으며 야마모토 고지씨가 옳았다는 말이 '혹시' 나올지도 모른다.(세상은 모르는 것이니까...)
또 미국쪽 시각이 '무조건' 옳고, 일본쪽 시각이 틀렸다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입장과 나름대로 '사정'이라는 것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헐리우드를 비롯해서 미국쪽은 컨텐츠를 만드는 입장이고, 일본은 그 컨텐츠를 재생하는 기기를 만드는 입장이었다.  즉 미국의 영화 감독들이 아무리 속을 썩어도 일본 회사들이 '작당해서' 완전히 자기들 마음대로 다른 그림을 보여주는데는 어쩔 수가 없었다.  아주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들에서나 제대로 된 영상이 나오고, 그런 제품을 접하는 사람은 수가 제한되었던 시대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HD 시대로 접어들면서 일본 전자 회사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는 삼성, LG같은 한국 기업의 약진도 두드러졌기 때문이고, HD라는 고화질 소스를 대화면으로 접하면서 영상에 대한 개념이 조금씩 바뀐 이유도 있다.(20인치 테레비로 테이프 빌려 보던 시절, 일반인들에게 '표준 영상'을 따진들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나...)

필자는 원래 '표준 영상'의 전도사로 불리는 Joe Kane파(派)로 분류되어 마땅하다.
조 케인이 쓴 텍스트로 공부했고, LD 시절부터 이 양반이 만든 소스들로 테스트하고, 세팅하고 평가해 왔으니 그 양반을 사부라고 불러도 될 정도이다.  이 글도 그와의 대화나 강연에서 얻은 내용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조 케인이 신(神)이 아닐진데 그도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고, 그 선생 취향과 필자의 취향이 똑 같은 것도 아니다. 
그리고 미국이라고 애호가 사이에서는 무조건 조 케인에게 동조하는 분위기도 아니며, 안티도 많이 있다.
그러나 '애호가'는 몰라도 '평론가'나 제품을 개발하는 '엔지니어'적 입장에서 본다면 조 케인적 사고'가 정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고, 대부분의 미국쪽 평론가들은 조 케인파에 속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슬그머니 영상의 방향이 바뀌기는 평론가뿐 아니라 일본의 회사들도 마찬가지이다.
과거 조 케인이 소니나 JVC 등 일본 회사들을 컨설팅하면, '선생 말씀인즉 옳지만, 현실적으로 브랜드 차별화와 타사와 경쟁을 위해선 받아들일 수 없다'던 일본 회사들이 TV 시장을 꽉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 판도가 바뀌었고 영상 평가 기준도 바뀌는데, 일본 회사의 엔지니어들은 '오디오 평론가' 출신의 일본 영상 평론가들에겐 귀찮아서인지, 말이 안 통해서인지, 제대로 된 자세한 설명을 잘 안 해주나 보다.

사실 엔지니어들과 평론가들 사이에는 묘한 벽이 있어 왔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묘하게 자신들끼리는 상대방이 말이 안통하는 집단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다.  엔지니어들 입장에서는 평론가들이 기술적인 디테일도 잘 모르면서 뜬 구름만 잡는 돌파리라는 생각이 들 수 있었고, 반대로 평론가들 생각에는 엔지니어는 정작 결과물로 재생되는 영상은 눈으로 제대로 보지 못하고 수학 공식과 기술 용어만 가지고 따지는 꽉 막힌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결국 둘을 겸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다면 엔지니어도 평론가처럼 실제 재생되는 영상 등을 보고 판단하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평론가는 기술적인 면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취미로 하는 '애호가'가 아니지 않은가?
엄하게 뜬 구름잡는 소리했다가, 나중에 기술적으로 그것이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었음을 알게되면 얼마나 쪽팔리겠는가?  그냥 지금껏 해오던 대로 '관성의 법칙'에 의해 '썰'을 풀어서 평론가라는 직업을 유지하려 한다면 발 붙이기 힘든 풍토로 점점 바뀌어야 한다. 
필자 스스로도 가끔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만둘까?' 하는 고민을 하는데, 그만 둘 생각은 전혀 없이, 그리고 스스로에 실력에 대해 아무 반성 없이 버티는 것은 정말 뻔뻔한 일이다.

4. 표준

우리가 말하는 영상 표준은 낡고 타협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세상에 어떤 표준이 아무도 못 지키거나, 극소수만 수행할 수 있는 기준에다 놓고 정하겠는가?

색영역을 나타내는 CIE 그래프도 x, y 좌표는 1931년에 제정된 것이고, u'v' 좌표는 1976년부터 채택되었다.
x, y 좌표는 시각적 분류가 아닌 수학적 체계를 따른 것이다. 
따라서 하나의 색을 객관적으로 표시하기에는 적합하지만, 둘 이상의 색에서 차이를 나타내기는 부적절하다.
x, y 좌표의 눈금을 시각상 균등하게 변환시킨 것이 u'v' 좌표이다.
1953년에 제정된 오리지널 'NTSC 표준'은 '어떤 텔레비젼'도 그 영역을 커버할 수 없었으므로 폐기되었다고 할 수 있고, 그래서 1982년에 나온 것이 '당시' CRT가 표현할 수 있는 ITU-R BT. 601(SD)이었는데, SMPTE에서 채택하였으므로 SMPTE-C라고도 한다.(현재 발효중인 ITU-R Recommendation BT.601은 2007년 1월에 개정된 BT.601-6 버전이며 SD와 HD에 모두 적용된다)
HD 방송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표준으로 정해진 것은 PC의 sRGB 표준과 동일한 ITU-R BT.709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방송용 CRT 모니터에서 BT.709의 색영역이 나오지 않으므로, 많은 HD 프로그램도 SD표준인 BT.601로 모니터링되고 제작된다.
인간의 눈이 볼 수 있는 전체 색영역은 아래 그래프의 종 모양 전체이며, 카메라로 촬영할 때 필름의 색영역도 아래 표준들이 표현하는 삼각형보다는 훨씬 넓다.
표준에 맞춰 표현하면, 실제 육안으로 보는 것이나 촬영된 원본보다 좁혀진 색영역이라는 것이다.
CRT 시대가 가면서 PDP, LCD, DLP, OLED 등등 새로운 방식의 디스플레이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제품들은 과거 CRT보다 훨씬 넓은 색영역을 표현할 수 있고, 제품 홍보에도 WCG(Wide Color Gamut), xvYCC, Deep Color 등등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요즘 나온 PDP, WCG-CCFL이나 LED 백라이트의 LCD처럼 기존의 표준보다 넓은 색영역을 표현할 수 있는 제품들도 오히려 색영역을 좁혀서 맞추는 것은 '하향 평준화'라는 반론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상향평준화'하려면 문제가 있다.  넓혀진 색영역이 브랜드마다, 패널마다 같지 않다는 점이다.
즉 삼성 패널의 최대 색영역으로 표준을 잡으면 LG 패널에서는 다를 것이다.
또한 현재 가장 넓은 LED나 레이저 광원 등으로 표준을 잡으면 그보다 좁은 제품은 어쩌란 말인가?
표준은 대부분의 제품이 커버할 수 있는 것이 이상적이다.
따라서 기술이 더욱 발전한 미래에 다시 표준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현재의 표준이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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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온도 역시 6504K의 D65 표준에 대해서 논란이 있어 왔다.
아래 그림에서 중앙의 검은 곡선은 Black Body Curve(흑체 방사 커브)를 나타낸다.
이는 독일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의 이름을 따서 Planckian Locus라고도 하는데, 빛을 완전히 흡수하고 전혀 반사하지 않는 이상적인 물체인 흑체(Black Body)를 가열하면 그 온도에 따라 방사하는 색이 달라진다.
결국 우리가 말하는 어떤 광원의 색온도(Kelvin)는 특정한 온도로 가열한 흑체의 색으로 표현된다.
흔히 A(흑체가 내는 빛 2856K), B(햇빛을 묘사한 상관 색온도 4900K), C(평균 주광 6800K), 그리고 D를 이야기하는데, 사실 Equal Energy 포인트인 E는 블랙 바디 커브에서 떨어져 있다.  형광 염료 사용이 증가하자 현실적,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자외선 영역의 단파장 빛이 강해 CRT의 파스퍼(형광물질)가 표현하기에 좀 더 유리한 D가 채택되었다.  6504K는 '국제 표준광'인 D65로 정하고, 그외의 '보조 표준광'으로는 5500K인 D55, 5000K인 D50, 7500K인 D75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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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전세계적인 표준은 D65이다.
일본의 NHK는 한자 가독성 문제와 조명 환경의 차이를 들어 9300K의 D93을 표준으로 추진하였는데, 덕분에 일본의 경우는 D65와 D93이 혼재하는 감이 있다.  그러나 9300K는 6500K에비해 상당히 푸른 끼가 강하여 서로 다른 표준으로 제작된 소스가 엇갈렸을 때 제대로 색감이 안 나온다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한편 D65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6500K는 서구의 기준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각각 다른 지역과 민족의 색채 심리학적인 요인을 감안할 때 꼭 D65가 옳은 것은 아니라는 이유다.  또 파스퍼(Phospher-형광체)를 사용하는 CRT가 아닌 바에야, 형광 물질 때문에 타협되었던 D보다는 C 포인트 6800K로 다시 정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것 이외에도 다양한 의견들이 있으며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고 옳은 이야기이다.
충분한 학술적인 근거나 이유가 있으며, 사람마다 선호도가 다르니까 말이다.
문제는 굳이 '악법(惡法)도 법'이라는 소크라테스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위에 말했듯이 표준은 기본이자 약속이라는 점이다. 
왜 미국이 주도한 표준을 한국 사람이 따라야 하는가 하는 민족주의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야마모토 고지씨가 나오미 와츠의 얼굴로 세팅한 것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더 좋을 수가 있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는 짜장면이 좋은가, 짬뽕이 좋은가, 아니면 '피자헛이 더 좋다', '도미노가 낫다', '아니다. 파파존스다'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이런 논쟁을 하는 것은 각자 개인의 문제이며, '표준'이 왜 표준이고, 레퍼런스를 삼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와는 별개이다.
표준은 누군가의 '취향'이 아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취향'을 따르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다.
대한민국 법률 중에 골 때리는 법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런 법이 제정될 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강하면 정식 절차를 통해 폐지하거나 바꾸면 된다.
예를 들어 수도를 옮기고 싶은데 위헌 판결이 나왔으면, 헌법부터 고쳐야 한다.
그리고 헌법을 고치려면 국민과 법학자들이 참여한 토론과 공청회, 국회의 의결 과정 등등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먼저 6500K의 D65보다 더 좋은 포인트가 있다면 학술적으로 모두가 인정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증명해야 하며, 다수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SMPTE나 EBU, ITU 등에서 표준으로 공식 지정해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표준이 고쳐진다 하더라도 집행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모든 영화 프로덕션 및 방송 장비를 새로운 표준에 맞춰 장만하는 데 얼마만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지 상상해 보라.  D65가 100점 만점에 90점이라고 할 때, 누군가 소수층에서 주장하는 91-92점짜리를 위해 이 복잡한 여건을 무시하고 새로운 표준이 정해지기는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렵다고 하겠다.(이 세상에 100점 만점짜리 표준은 '없다'고 볼 수 있다. 100점은 '표준'이 아니라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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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마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감마는 영상의 계조와 색감을 유지하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디스플레이에 입력된 신호와 출력되는 휘도는 정비례하지 않는다. 
만약 리니어하게 정비례된다면 직선으로 표현되며 x=y가 되어 x로 표시되는 감마값은 1이 되지만, 현실적으로 디스플레이 감마는 보통 x의 승수로 표시된다.  감마 2.2이면 x의 2.2승, 즉 x²·²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보통 위와 같은 톤 커브로 표현된다. 
톤 커브뿐 아니라 Log-log 스케일로 표현될 때는 아래처럼 직선형으로도 표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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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대역에서 편차없이 완전히 딱 들어 맞지 않는 한,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Log-log Scale에서 완전한 직선은 나오지 않는다.  즉 평균값이 아니라 실제로 전대역이 리니어한 기울기라야 직선이 나온다는 말이다.
또한 각각 RGB 채널 따로따로의 감마와 RGB를 전부 합친 루미넌스의 감마가 모두 일치하는 것이 이상적인데, 이러한 제품도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즉 평균값이 아니라 각 휘도별 실제 감마가 2.2이고, 어떤 휘도 대역에서도 2.2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며, 그레이로 표현되는 루미넌스 감마뿐 아니라 각각의 R, G, B도 모두 이와 같이 딱 들어 맞을 수록 좋다는 말이다.
아래 그래프를 예로 들면 RGB와 회색의 네 줄이 모두 일치되는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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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T 시절의 표준 감마는 2.2이다.(PC도 마찬가지로 2.2이며, 매킨토시는 1.8이고, 필름은 2.6이다)
문제는 평균값뿐 아니라 실제로 전 대역에서 일정하게 2.2에 딱 들어맞아도 CRT로 보는 것과 LCD, PDP, DLP로 보는 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디지털 방식의 디스플레이는 블랙에서 암부가 속칭 빠르게 치고 나온다.
다시 말해서 디지털 평면 패널에서 감마 2.2로 보다가 CRT로 보면 암부가 잠긴 느낌이 들 수 있다.
뒤집어 말해서 LCD나 DLP의 영상을 주로 봐서 CRT의 영상이 눈에 익지 않은 사람은, 제대로 된 CRT TV나 삼관식 프로젝터를 보고서도 암부가 잠긴다는 불만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즉 제품에 따라 어떤 LCD나 DLP에서는 감마를 2.3이나 2.4 이상으로 잡아야 CRT의 2.2처럼 보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비디오 에센셜'PLUGE 패턴으로 블랙 레벨을 맞출 때, 감마 2.2에서 정확하게 블랙 레벨에 일치하게 맞춰도 DLP에서는 2% 그레이 바가 확실하게 보이지만, CRT에서는 블랙과 잘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묻힐 수 있다.(DC Restoration 편차까지 감안하면 2% 그레이가 CRT에서 보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따라서 HD 시대에 들어서 표준이 약간 변경되었다. 
2.2뿐 아니라 2.2-2.8 사이로 표준을 넓힌 것이다.(정확히는 2.2-2.8로 표현하지 않고 '2.2, -0, +0.6'으로 복잡한 표기가 정식이다)
따라서 어떤 면에서 보면 DLP나 LCD, PDP 디스플레이에서도 CRT의 2.2같이 보이도록 조정하는 것은 개발자의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고, CRT 방식의 디스플레이가 아닌 바에야 굳이 2.2를 고집하느니 제품이나 시청시 조명 상태에 따라 필름 감마인 2.6으로 보는 것이 더 극장 느낌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다.

고정화소식 디지털 디스플레이에서는 CRT에 비해 감마가 리니어하기 때문에 감마 조작이 쉬울 수도 있지만, CRT처럼 보이도록 에뮬레이션하는 것은 그리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게다가 PDP나 LCD, DLP 등이 깊지 못한 블랙을 보완하고자 다이나믹 명암 조정 방식이 도입된 이후로 디스플레이 기기의 감마 설정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이처럼 '표준'은 단순히 소개 개나 다 지킬 정도로 만만한 '하향 평준화'가 아니다.
일단 패널의 색영역이 표준보다 넓어야 그 안에서 표준에 맞출 수 있으므로, 표준보다 좁은 색영역으로는 뭔 짓을 해도 표준을 충족할 수 없다.  그리고 각 RGB의 감마가 불일치하면 그 대역의 색조가 바뀌고 색온도가 D65에서 벗어난다.  반대로 색온도를 맞추겠다고 각 RGB 게인과 바이어스를 조정하면 감마에 영향이 간다.
이렇게 서로 연관되어 있으면서 하나를 맞추면 다른 것이 틀어질 수 있으므로 아무나 '표준'에 맞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무지하게 어려운 일이며, 세상에는 표준에 딱 맞는 제품도 없다고 하겠다.
때문에 '표준'은 방송 통신에서 FCC Regulation같은 강제적 법 조항이 아니라 Recommendation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동안 제조사들이 표준과 상이한 색감을 내면서 그것이 더 좋다고 홍보했지만, 사실은 표준에 맞추기 어려웠던 것이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거기에 최대한 근접할 뿐이다.

그리고 영상에는 표준 이외에도 변수가 많다.
예를 들어 해상도나, 노이즈 억제 능력, 스케일링, 디인터레이싱 등등을 비롯한 수많은 영상 처리 과정과 회로의 성능이 제품마다 차별화된다.  다시 말해서 전부 표준에 딱 맞는다 가정하더라도, 이러한 변수들로 인해 제품들마다 화질 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표준 영상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서 다시 정리하고 넘어가자.
'표준 영상'이 자신에 맞지 않으면 자신이 원하는 세팅으로 보면 된다. 
자기 물건 자기 마음대로 본다고 해서 잡혀 갈 일도 없고 벌금을 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용자의 입장이다.
제조사의 입장은 다르다. 
엄한 소리 늘어놓으며 사실을 호도하지 말고, '약속'을 지켜서 '기본기'는 제대로 갖춘 제품을 내 놓으라는 말이다.  그러고 나서 브랜드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 화질'을 따로 제공하는 것은 뭐라고 하지 않겠다. 
다만 표준에 맞는 기본 화질 모드를 적어도 하나는 지원하자.
일단 색좌표와 D65나 제대로 맞게 만들고 나서, 거기에 더해 6800K든, 7500K든, 8300K를 추가로 지원하고, 색감도 '알록달록 색동 꼬까옷' 모드나, '뽀뽀뽀' 모드, '망가' 모드, '밝날라' 모드, 'Deep Color', 'xvYCC'를 더한 것을 자랑하라는 말이다.


B. 칼리브레이션(Calibration)

1. 정의

AV 용어로 캘리브레이션이란 원래 측정을 통한 영상 세팅을 말한다.
한 마디로 측정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과거에는 측정기 대신 옵티컬 컴패러터(Optical Comparator)를 사용해서 육안으로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저렴한 컬러 애널라이저가 많이 출시됨에 따라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어쨌든 요즘은 측정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AVIA'나 'Digital Video Essential' 등을 통해, 혹은 다른 방법으로라도 영상 세팅을 알맞게 조절하는 것을 통칭해서 모두 캘리브레이션이라고 부르고 있다.

2.필요성

과거에는 매장에서 경쟁 제품보다 밝게 보이기 위해서 엄청나게 색온도를 올려 놓고, 선명도까지 최대로 강조하면서 색도 좀 더 강하게 보이도록 세팅되었었다.
그러나 이러한 소위 '선명한', 또는 '생생한' 매장 모드가 이제는 전에 비해 완화되었고, 처음 TV를 켰을 때 무조건 이 모드로 나오는 제품도 줄고 있다.
게다가 요즘 TV들에서 제공하는 '영화 모드', '극장 모드', '씨어터 모드' '필름 모드' 등등은 캘리브레이션한 것과 -그 제품의 물리적 특성 내에서-상당히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대량 생산의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이로 인해 같은 모델이라도 제품마다 편차가 있게 된다
단순히 제품 불량 문제가 아니더라도 유니포미티나 밝기, 색감 등마저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다른 리뷰에서 언급했지만, 생산 라인에서의 효율성과 속도 문제 때문에 정밀한 계측을 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대기업이 생산 라인에서 많이 사용하는 계측기는 미놀타 CA-21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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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놀타 CA-210 측색휘도계

CA-210은 우수한 계측기이지만, 미놀타 CS-1000이나 포토리서치 PR-650같은 고성능 제품에 비하면 계측 정밀도가 떨어지고 오차 확률이 높다.(Monitor4U ColorTaster 리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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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에 스크린 표면에 붙이고 읽는 접촉식이기 때문에, PR-650이나 CS-1000처럼 암막 상태를 유지하면서 삼각대를 써야하는 측정기들보다는 사용에 훨씬 편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측정 속도가 하이엔드급에 비해 상대가 안될 정도로 빠르다.  그러니 생산 라인에 불을 끌 필요도 없고, 속도마저 빠른 CA-210이 대량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CS-1000이나 PR-650에 비해 색온도의 경우 몇 백 K의 차이가 나고, RGB중 특정 채널의 정확도에서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어두운 부분의 측정은 오차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프로젝터나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에 비해, 이러한 효율과 속도 중시의 계측으로 대량 생산하는 일반 직시형 TV는 최대한 정확히 맞추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인간의 눈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시청 환경에 지배를 받는다.  따라서 시청시의 조명, 그리고 TV 주변의 벽지 색깔에 따라서도 똑같은 6500K의 영상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TV의 배경이 되는 벽 색깔이 따뜻한 색인가, 차가운 색인가에 따라, 그리고 조명이 형광등인가, 백열등인가, 할로겐 램프인가, 아니면 햇빛인가 불을 껐는가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런 이유로 인해 ISF 등은 '초기 설정이 아무리 훌륭한 제품'이라도 구입 설치 후에 시청 장소에서 다시 캘리브레이션 할 것을 권하는 것이다.

그러나 캘리브레이션을 통해 몇 백 K의 오차를 조정하고 약간 색을 더 정확하게 맞췄다고 해서, 보통 사람의 눈에 그것이 얼마나 차이가 날 것인가는 해보기 전에 모른다.  과거 CRT 제품처럼 눈에 확 드러나는 결과는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제품별로 보면 프로젝터는 일단 암막이 필수이다.
어쩔 수 없이 약간의 빛이 있는 상태에서 봐야만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프로젝터 사용을 피하고 직시형 등 다른 방식을 사용할 것을 권하고 싶다.  그냥 암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방안의 모든 면이 빛을 흡수할 수 있는 어두운 색이 좋다.  다시 말해 사방 벽은 물론이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무광 검정이 가장 좋다는 말이다.  현실적으로 이것이 어렵다면, 외부 빛을 완전히 차단한 후에 최소한 스크린 쪽의 천장 일부와 스크린 주변의 벽면만이라도 검정으로 마스킹하면 효과가 크다.
프로젝터는 암막 상태에서 본다는 가정하에 조명이나 벽지 색깔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6500K는 6500K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는 변수가 적다.
필자의 리뷰에 보면 dE(델타 E, 혹은 델타 에러라고 읽는다)값을 제공하는데 dE가 0이면 D65에 거의 딱 맞는 것이고 dE가 1이면 약간 벗어난다.
색온도로 따지면 몇 십K 차이가 나서 한 6450K에서 6550K 정도 사이에 위치할 때가 많다.
Red와 Blue 채널뿐 아니라 Green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색온도는 6500K가 맞는데도 D65 포인트에서는 벗어나는 경우 있다.  즉 색온도 6500K보다는 dE가 0에 가까운 것이 좋다는 말이다.
dE가 1로 벗어나면 전문가들 사이에선 JND(Just Noticeable Difference), 즉 '겨우 알아차릴 수 있는 차이'라고 부른다.  아주 숙련된 전문가라면(조 케인이나 그렉 로져스같은 '초절정 절대 고수급'을 예로 들자) dE0과 dE1의 차이가 육안으로도 구분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것은 조건이 프로젝터이기 때문이다.
암막 상태에서는 상대적인 변수가 상당히 줄어들기 때문에 스크린이나 투사 거리, 밝기 차이 등등을 비롯한 남은 변수가 꽤 있음에도, 비교적 절대적인 비교 평가가 가능할 수 있는 케이스다.
프로젝터는 6500K로 보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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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시형의 경우는 변수가 늘어난다.
조명과 외광 상태, 벽지의 색(특히 배경이 되는 TV 뒤쪽), 시청 거리, 스크린 크기 등등에 따라 같은 영상이 다른 느낌으로 보일 수 있다. 
조명이 있는 상태에서 보면 어느 정도 명암비가 받쳐줄 때 블랙의 깊이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불을 끄고 깜깜한데서 보면 명암비가 꽤 되는데도 불구하고 블랙이 허옇게 떠서 거슬리는 제품이 많다.  형광등에서 6500K에 맞추면, 처음에 눈이 제대로 적응되기 전에는 붉은 기운이 너무 많아 보일 수 있다.
푸른색 계열 벽지가 배경일 때도 마찬가지이다.  반대로 백열등을 조명으로 사용하거나, 벽지가 붉은 색 계열이면 9300K 정도의 색온도에서는 영상이 전체적으로 푸르스름한 느낌이 든다.
TV 시청에서 이상적인 벽지 색은 베이지톤이나 푸른 색이 섞이지 않고 순수하게 뉴트럴한 회색이다.
조명도 천장에 설치된 직접광이 아닌, 갓을 씌운 스탠드같은 반사광으로 6500K의 주광색 등을 TV 뒤쪽에서 벽쪽을 향해 비추는 것이다.  밝기도 TV 휘도의 20% 정도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필립스의 LCD 모델들이 앰비라이트(AmbiLight : Ambiance와 Light를 합성해서...)라는 컨셉으로 TV 뒷면에 조명을 제공한 데모를 보았었다.(링크 참조)
이러한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인간의 상대적인 시각은 적응에 다소 어려움이 있고 시간이 걸린다.


3. 일반적 캘리브레이션

일반 사용자가 측정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행할 수 있는 작업으로는 테스트 패턴이 포함된 소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THX 로고가 붙은 DVD 타이틀에 포함된 'THX 옵티마이저'나 'AVIA', 또는 '디지털 비디오 에센셜'같은 디스크를 사용하거나 특수한 경우 시그널 제너레이터로 대체할 수 있다.
보통 일반 사용자 메뉴에 오픈되어 있는 '밝기', '명암', '색상', '색조', '선명도' 항목으로 조절한다.
이때 컬러 조절을 위해서는 블루 필터가 필요하다.

몇 년 전에 '아비아, 비디오 에센셜, THX 옵티마이저 등의 DVD 타이틀을 활용한 디스플레이 세팅'에 대한 칼럼을 올렸고, 나중에 다시 '디지털 비디오 에센셜'에 대한 설명을 통해 영상 개념을 설명했었다.
이후 시일이 많이 흘렀으므로 지금은 다시 손봐야 할 내용들이 없지 않지만, 어쨌든 이번 칼럼과 연관성이 깊고 서로 상호 보완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 타이틀들을 이용한 디스플레이 세팅법은 다시 설명하지 않을 예정이므로 위의 링크를 참조하기 바란다.

측정기가 있다면 더욱 정교한 캘리브레이션를 할 수 있다.
요즘 제품들은 많은 조정 항목이 일반 유저 메뉴에 오픈되어 있지만, 서비스 모드나 ISF 모드에 진입하는 코드를 모르면 제대로 조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측정기를 사용한 캘리브레이션은 밑의 ISF 캘리브레이션 섹션에서 같이 다루도록 하겠다.
다만 ISF에서 행하는 캘리브레이션이라고 해서 라이센스가 없는 전문가보다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4. ISF 캘리브레이션

ISF 캘리브레이션을 받기위해서 디스플레이 기기에 꼭 'ISF 모드'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ISF 모드'는 디스플레이의 제조사가 ISF와 협약을 맺고 제공하는 모드이다. 
'ISF 모드'가 없어도 이름만 다를 뿐이지, 캘리브레이터가 ISF 라이센스가 있건 없건 제대로만 조절한다면 그 영상 모드는 ISF 모드에 꿇릴 일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근래에 들어 ISF에서는 자사와 협약을 맺고 'ISF 모드'를 넣는 제품에 약간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우선 'Day 모드'와 'Night 모드'로 최소한 두 개의 모드를 지원하는 것과 CMS(Color Management System)를 추가해서 좀 더 색좌표를 조절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용자가 두 개의 영상 모드를 밝은 상태와 어두운 상태의 시청 환경에 맞게 따로 조정해서 사용하면 되므로 그리 특별할 것이 없다.  
또 ISF Day와 Night 모드라고 해서 꼭 어둡고 밝은 조명 상태에만 따로 맞추지 않아도 된다. 
즉 야마모토 고지씨가 원한다면 'ISF Day'는 '아메리칸 뷰티' 모드, 'ISF Night'는 '아시안 뷰티' 모드로 세팅해 놓고 즐겨도 된다는 말이다.(미안합니다, 야마모토씨.  원래 저는 이렇게 집요한 성격이 아닙니다^^)
그리고 CMS도 굳이 ISF 로고가 박힌 제품이 아니라도 프로젝터같은 매니아용 제품에서는 과거부터 지원한 예가 많았고, 또 CMS를 쓴다고 해서 꼭 제대로 된 색좌표에 맞출 수 있는 것도 아니다.

ISF는 Imaging Science Foundation의 약자이다.(http://www.imagingscie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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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조 케인(Joe Kane)과 조얼 실버(Joel Silver)가 공동으로 설립했으며 현재 조 케인은 발을 빼고 독립한 상태이며 조얼 실버의 주도하에 세미나 및 교육, 컨설팅 및 라이센싱을 하고 있는 '영리 회사'라고 할 수 있다.
뭐.. '영상 과학 기구' 어쩌고 하니까 상당히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은 SMPTE나 ITU같은 공식 기구가 아니라 돈 버는 목적의 조얼 실버 개인 회사라는 말이다.
SMPTEANSI,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국제 표준 기구), 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국제 전기 통신 연맹) 등등 기구나 단체에서 공통으로 인정한 '영상 표준'을 ISF에서는 돈 받고 교육시키면서, 이에 맞게 '잘' 조정하도록 도와준다고 보면 된다.
wiki에 약간 더 부연해 설명해 놓았으므로 이것을 참조하면 될 것이고, AV 전문 딜러이자 인스톨러인 GLV의 김한규 대표나 HMG의 황문규 대표와는 달리, 필자는 도대체 거기서 뭘 가르치는가 궁금해서 ISF 과정을 이수하고 라이센스를 받은 바 있다.  필자나 조춘원님은 개인적 취미와 평론에 도움이 될까해서 교육에 참여했었고, 직업으로 삼을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지금껏 돈을 받고 남의 제품을 캘리브레이션해준 적은 없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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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꼭 ISF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캘리브레이션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Best Buy 같은 전자 제품 마트에서는 물건을 팔 때 제조사 워런티와는 별도로 자신들의 워런티를 따로 권해서 이득을 올리려 하는데, 이때 ISF 캘리브레이션도 자기네한테 받을 것을 권한다.
그러나 Best Buy의 직원이 ISF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ISF 라이센스가 없는 전문가보다 캘리브레이션을 잘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ISF 라이센스'는 '기능공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을 받으면 이수한 과정이 있으므로 어느 정도 기본은 갖추었지만, 귀찮아서 라이센스를 받지 않은 사람 중에 훨씬 더 잘 맞추는 사람도 많을 수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한국 사람의 경우는 영어로 교육받고, 시험까지 영어로 봐야하는 현실에서-그것도 '선택형'인 '찍기'나, '단답형'이 아닌 '논술형' 답안이고, 문항 수도 졸라 많다-어지간히 정성이 뻗치지 않고는 받을 일이 없을 것이다.(아무리 그래도 지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설레발치는 몰입식 영어 교육 정책에는 동조하지 않는다. 여기가 미국인가?)
솔직히 필자도 Best Buy에서 온 어린 친구가 달랑 스파이더 센서 하나 들고 와서 캘리브레이션한 것을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든다.
또한 '모니터4U의 컬러테이스터'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수 많은 측정기를 비교해 본 결과 저가형 센서의 계측 신빙성에도 의구심이 들고 말이다.

대신 ISF 캘리브레이션에는 규정된 과정이 있으며 이것들을 순서대로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그 캘리브레이터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ISF 캘리브레이션은 일종의 수행 규격이라고도 하겠다.
즉 사용된 측정기의 성능, 캘리브레이터의 측정 능력 및 영상에대한 감각, 영상 세팅에 대한 노련한 경험 등에 의해 결과가 차이 날 수는 있지만, 일단 ISF 캘리브레이션을 받았다고 하면 다음 과정은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1. 기본 세팅 : 블랙 레벨/ 화이트 레벨 조정, 색상 및 색조 조절, 샤프니스 조절.
2. 지오메트리, 포커싱 및 컨버전스 조절 (CRT의 경우)
3. 측정 (Before)
4. 측정과 병행한 컬러, 그레이 스케일 및 감마 조절
5. 유저 메뉴에서 영상 세팅
6. 결과 측정 (After)

이상이 대개의 ISF 캘리브레이션 과정이며 이 과정은 각 입력단에 걸쳐 따로 수행된다.
예를 들어 HDMI 입력단 1에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연결한 상태에서 맞췄고 컴포넌트 입력단에 DVD 플레이어를 사용한다면 추가 요금을 내고 별도로 맞춰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필자가 리뷰의 효율과 절대적 객관성을 위해 시그널 제너레이터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사용자의 소스 기기를 통해 재생하면서 맞추는 것이 원칙이다.
즉 리뷰어라면 객관적 평가를 위해서 모든 신호가 순수하고 일정한 시그널 제너레이터를 써야 하지만, 개인 사용자를 위해 각 제품을 캘리브레이션할 때는 연결해 사용하는 DVD 플레이어 등에서 'AVIA'나 '디지털 비디오 에센셜'로 맞추는 것이 옳다는 말이다. 
재생하는 소스 기기의 특성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1번 과정은 거의 'AVIA'나 'Digital Video Essential'로 행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2번 과정의 지오메트리, 포커싱 및 컨버전스 조정 과정은 CRT 제품에만 해당되며 LCD나 PDP에는 생략된다.
과거의 삼관식 프로젝터, CRT 리어 프로젝션 TV, 브라운관 직시형 등 소비자용 CRT 제품은 그레이 스케일이 평탄하지 못하고 색온도도 높게 초기 출시되었다.
따라서 지오메트리와 포커싱, 컨버전스 조정 후에 그레이 스케일 캘리브레이션이 더해지면(2, 4, 5번 과정) 소위 '막눈'이 보아도 과장 좀 보태서 '하늘과 땅'만큼의 화질 차이를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간단해 보여도 각 입력단에 따라 최소 2시간, 길면 5시간이 넘어가는 '쌩 노가다'라고 할 수 있었다.  차이가 확연하므로 입력단별로 $200 이상, 유명한 전문가에 따라서는 $1000-2000까지 부르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그 결과에 만족했었다.
3번과 6번의 측정은 과정상으로도 매우 중요하고 필수불가결하지만, '영수증'에도 필요하다^^(이에 대한 것은 제일 뒤에 추가로 설명하겠다)

그런데 평판형 고정해상도 디스플레이 시대로 오면서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LCD, PDP 등은 지오메트리나 포커싱, 컨버전스 조정이 필요 없다.
그리고 그레이 스케일이 CRT에 비해 제품 편차가 적고 좀 더 평탄한 제품이 많다.
따라서 그 과정도 과거처럼 대여섯 시간을 죽치고 앉아 씨름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전에 비해 간편해졌다.
또한 어느 정도 '영화 모드'에서는 기본적으로 맞춰져서 출시된다.
이것에 더해 캘리브레이션을 수행하면 좀 더 정확하게 맞출 수 있지만 육안상으로 체감되는 개선도가 과거의 CRT에 비해 덜하다.
다시 말해서 비싼 돈 주고 ISF를 받았는데(wiki에 설명했듯이 미국의 AV계에서는 속어로 ISF를 그냥 동사로 쓴다. ISF 캘리브레이션을 ISFing로, 캘리브레이션을 받았으면 ISFed로 편하게 말을 한다) 별로 좋아진 것을 모르겠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후진 제품은 캘리브레이션을 통해 개선폭이 크지만, 좋은 제품은 한 것과 안 한것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후진 제품은 캘리브레이션을 해도 제품 자체의 특성이 원래 좋은 것만큼은 맞출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좀 더 정리하면 가장 캘리브레이션의 효과가 큰 제품은 원래의 기계적 특성은 좋은데, 초기 설정이 개판으로 출시된 제품이라고 하겠다.  직시형이나 리어 프로젝션 등 과거의 소비자용 CRT 제품 중에서는 도시바나 미쯔비시 등이 그러한 케이스라 할 수 있으며, 이들은 캘리브레이션을 통해 거의 환골탈태 수준의 개선을 보였다.
반면에 소니는 적어도 '영화'나 '프로' 등의 영상 모드에 한해서는 상당히 양호하게 설정되어 출시되었고, 캘리브레이션을 통한 개선도가 다른 제품처럼 아주 크지는 않았다.(소니의 직시형에만 해당하는 말이다. 프로젝션 TV의 경우는 컨버전스나 포커싱에서 도시바나 미쯔비시보다도 안 좋았었다)
그리고 과거의 삼성이나 LG의 CRT는 워낙 초기에 후지게 세팅된데다가 기본적인 기기 특성도 좋지 못했다.
때문에 캘리브레이션을 하면 분명히 전보다는 훨씬 좋아지지만, 그 결과로도 그다지 좋은 그림이 나오기는 애시당초 힘들었다고도 하겠다.  개선도는 큰데 그래봐야 후졌다는 말이다.
그러나 CRT TV의 시대가 저물고 평판형 TV가 대세가 되면서, 그리고 특히 2007년에 들어서면서 LCD나 플라즈마 TV도 비약적으로 좋아지고, 공장 출시에서부터 '표준'에 신경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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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수용 파이오니어 '쿠로' P6010F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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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시용 LG LCD TV 42LG60(좌), PDP 50PG30(우)

현재 ISF 모드가 포함된 제품은 파이오니어의 플라즈마 TV 라인업, LG의 신형 LCD/PDP, 옵토마의 HD81 DLP 프로젝터 등등이다.
옵토마 HD81 DLP 프로젝터는 ISF 모드와 상관없이 기기의 전체적인 성능이 걸려서, 테스트만 하고 리뷰는 올리지 않았다.(리뷰 올리고나서 싸우기 싫어서였다)  파이오니어 쿠로 TV는 최원태님이 리뷰를 올렸고, LG에서 새로 출시한 LCD와 PDP는 현재 테스트 중인데 곧 리뷰를 올릴 예정이다.
옵토마 프로젝터의 경우는 전세계에 동일하게 ISF 모드가 탑재되어 캘리브레이션을 받아야만 활성화되는데, 파이오니어와 LG는 미국에만 적용된다.
미국에 출시된 모델은 구매자가 따로 돈을 내고  ISF 캘리브레이터를 집에 부르면, 진입 코드로 ISF모드로 들어가 캘리브레이션하고 활성화시킨다.  코드를 모르면 ISF 모드로 진입할 수 없으므로 세팅치를 손댈 수 없다.
반면에 미국 이외의 지역에 출시하는 모델에는 '전문가 모드', 혹은 '어드밴스드 모드'로 명명해서 일반인도 수시로 진입해서 조정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즉 조정할 줄만 알면 ISF 캘리브레이터를 돈 내고 부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 ISF의 인지도가 낮고, 돈 더내고 부르는 사용자도 적으므로, ISF에 따로 로열티를 지불하느니 그냥 열어 놓았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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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수용 파이오니어 '쿠로'의 그레이 스케일 조정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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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수용 파이오니어 '쿠로'의 컬러 매니지먼트 시스템.


파이오니어와 LG의 ISF 모드/전문가/고급 모드의 조절법은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ISF와 관계없는 브랜드라도 요즘은 대개 비슷한 조절 항목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캘리브레이션하기가 전보다 용이해졌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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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시된 LG TV 42LG60의 메뉴: ISF 모드를 '고급 설정'으로 일반인에게 열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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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메뉴가 ISF 모드에서 조절할 수 있는 항목이다.
'전문가 영상' 모드는 2개가 있는데 이는 'ISF Day'와 'ISF Night' 모드가 따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Day는 낮이나 밝은 조명 상태, Night은 밤이나 어둡게 조명을 맞춘 상태에 최적화된다.
'화이트 밸런스'로 6500K에 설정한 뒤, 측정을 통해 실제 색온도를 더욱 6500K에 근접하도록 조정한다.
이때 각 RGB의 게인(명암)과 바이어스(밝기)를 따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하므로 최소한 6 개의 패러미터는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색좌표를 맞출 수 있도록 CMS(Color Management System)가 지원되므로, 각 RGB별로 따로 새츄레이션(Saturation-채도)와 휴(Hue, 혹은 Tint-색조) 조절이 제공된다.
색영역을 표시하는 그래프상으로 삼각형의 꼭지점에 해당하는 각 RGB를 정밀하게 맞추기 위해서는 채도와 색조를 별도로 조절할 수있어야 하므로 이것 역시 총 6개의 항목은 제공되어야 한다.(옆의 LG 메뉴를 예로 들면 인접 컬러를 더하고 빼서 맞추는 파이오니어와는 조절 방식이 다른데, RGB의 프라이머리 컬러뿐 아니라, CMY의 세컨더리 컬러까지 채도와 색조를 따로 조절할 수 있으므로 총 12개 패러미터가 제공된다)

언급했듯이 ISF와 협력 관계를 맺지 않았더라도 많은 브랜드가 요즘은 일반 사용자 메뉴에서도 RGB의 게인과 바이어스를 따로 조절할 수 있다.  과거처럼 서비스 모드나 공장 모드로 코드를 누르고 들어가서 조절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직시형 TV보다는 좀 더 전문성이 있고 매니아 계층이 사용하는 프로젝터 제품들은 전부터 훨씬 많은 조정 항목을 제공해 왔다.
'컬러 매니지먼트 시스템', '커스텀 감마 조절', '색온도 조절' 외에도 '파형 모니터' 기능이나 '자체 캘리브레이션' 기능을 탑재한 제품들도 있다.

따라서 미국에 거주하는 사용자가 아닌 바에야 굳이 ISF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적절한 세팅 메뉴만 제공되면 ISF 라이센스가 없더라도 전문가를 부르면 캘리브레이션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요즘 제품처럼 캘리브레이션을 받아도 그 개선폭이 확연히 체감되지 않을 경우에 생기는 커스토머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하여 ISF는 약간 잔머리를 굴렸다.
물론 전적으로 잔머리는 아니지만 -하여간 그러한 의도도 없다고 할 수없으로 -일종의 안전 장치인데 ISF 캘리브레이터로서 서비스를 수행하면 반드시 리포트 작성을 권장한다.
위에서 언급한 '영수증' 말이다.
아래에 스캔한 문서들은 필자가 워낙 오래전에 받았던 것들이라 요즘은 형식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대략 비슷한 내용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래와 같은 문서에 캘리브레이션 전(前)과 후(後)의 결과를 명확히 기록해서 Before와 After가 측정상으로 확실히 달라졌음을 커스토머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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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F Calibration 리포트 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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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F Calibration 인보이스.

위의 인보이스가 계산서이자 영수증인데, 여기도 캘리브레이션 전과 후의 결과를 기입하게 되어 있다.
과거 어떤 ISF 캘리브레이터가 자기 취향은 5500K라며 전부 6500K가 아닌 5500K에 캘리브레이션을 해주고 돌아다닌 사태 이후, 이러한 '자기 마음대로 캘리브레이션'이 없도록 내용을 확실하게 적어서 제출하도록 했다고 한다.(별 믿음이 가는 소리는 아니지만...)
또한 ColorFacts 처럼 캘리브레이션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도 아래처럼 Before/After 결과를 PDF 파일로 작성하고 저장하거나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다.
어쨌거나 캘리브레이션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Report는 필히 작성해서 커스토머에게 주고 자신도 보관하도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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